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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대폿잔'과 '소주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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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대폿잔'과 '소주잔'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위스키 소비량은 늘고 소주 소비량은 줄었다니 일반인들로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우리의 전통적인 대중주는 막걸리와 소주가 아닐까 싶다.

뙤약볕에서 모내기를 하다 시원한 막걸리를 대폿잔 가득 부어 들이켤 때 은은히 올라오는 취기와 포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직장인들에겐 일과 후 삼삼오오 모여 기울이는 소주잔의 짜릿함이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 준다.

그런데 왜 같은 술잔이면서 '대폿잔'은 'ㅅ'이 있고 '소주잔'은 없을까. 대폿잔이 훨씬 커서 그럴까. 아니면 발음상 명확히 구분이 돼 그럴까. 둘 다 아니다.

순 우리말 또는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바다+가→바닷가),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제사+날→제삿날) 에 사이시옷을 넣는다. 대폿잔도 '대포+잔(盞 )'으로 '순 우리말+한자' 형태여서 'ㅅ'이 들어간다.

소주잔(燒酒盞), 초점(焦點), 시가(時價)와 같이 한자어로만 된 합성어에는 'ㅅ'을 넣지 않는다.

하지만 한자어 중에서도 셋방(貰房), 숫자(數字), 횟수(回數), 곳간(庫間), 찻간(車間), 툇간(退間)의 경우는 예외다.

며칠 전 '죗값'의 표기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 독자가 전화를 해 왔듯이 복잡하고 어려운 면이 있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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