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 중공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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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0월 중순 「유엔」총회가 중국 대표권 문제를 다룰 때 일본은 『중공을「유엔」에 가입시키되 국부를 잔류케 한다』는 미국 안을 지지했었다.
그랬던 것이 이 안의 실현이 좌절되고, 중공을 「유엔」에 가입시키고 국부를 축출한다는「알바니아」 안이 압도적 다수로 채택을 보게됨에 따라 일본은 대 중공 정책의 급속한 전환을 시도하게 되었다.
동경으로부터의 보도는 일본 외무성이 『중공 정부가 명실 상부하게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주장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대 중공 정책을 입안했다고 한다.
일본 외무성은 일본이 이러한 대 중공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양국간의 정상 관계 회복을 위해 정부 대 정부간 협상을 시작하려는 노력이 진전을 볼 수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까지 중공은 중공 정부를 중국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국부와의 관계를 끝는다는 조건부로 서방 국가들과 국교를 수립해 왔었는데 「유엔」마저 중공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정부로 인정하고 가입을 시켜놓았으니 대일 협상에 있어서도 그런 입장을 견지코자 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까닭으로 중공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일본이 중공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서 중공과의 협상을 시도코자 한다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일·중공 협상 과정에서 일본이 국부를 상대로 맺은 평화 조약을 포함해서 대만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나아갈 것이냐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클로스업」된다.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국부를 지지해 오던 강대국의 하나였고, 대만에 대한 투자도 거액에 달하고 있는 국가인데, 일본이 중공과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국부와 맺은 조약을 폐기하고 국교 단절 상태에 빠진다고 할 적에, 그것이 대만은 물론 극동 정세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중공은 대만을 결정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일본·국부간의 국교 단절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이 중공과의 국교 정상화를 서두르는 나머지, 국부를 암장하는 역할을 맡고 나선다고 하면 일본 외교의 도덕적 신의성은 근본적으로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대 중공 접근이 세계 대세로 보아 불가피한 일이라 하더라도 일본은 그 정책이 선린의 이익을 희생치 않도록 유연성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아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또 한편 일본의 대 중공 국교 정상화의 움직임은 일본의 대 한반도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 북한은 사실상 중공의 세력 범위 속에 편입되어 있는데다가, 중공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괴와 일본의 관계도 크게 개선해 주고자 하고 있다. 최근 보도되고 있는 일본의 신문 기자나 정객들의 빈번한 북괴 방문은 일본이 북괴와 공식으로 국교를 정상화하기 위한 전초전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짙게 하고 있다. 만약에 일본이 중공과의 국교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 혹은 국교 정상화 후 친선 「무드」조성 수단의 하나로서 「두개의 한국 정책」을 공공연히 추구하고 북괴와 외교 통상 관계를 수립하게 된다고 하면 한·일 관계는 험악해 질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의 도래는 결코 단순한 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일본의 정계와 재계의 움직임은 일본의 「두개의 한국」정책 양성화가 단순한 시간문제라는 판단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 중공 접근 정책이 동시에 대 북괴 접근 정책을 수반한다고 할 때, 이에 대한 우리 정부로서의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 외무 당국은 일본의 대 중공 접근 협상의 「타임·스케줄」을 되도록 빨리 「캐치」해 가지고 기민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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