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의 개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학원혁명운동이 일어난 것은 1964년경이며 「런던·스쿨」이 66년, 「파리」대학이 65년 ,일본에서도 68년 동대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러한 세계적 움직임은 세대의 단절, 권위의 상실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일반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퍼킨슨」법칙에 의하면 조금도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는 「플라톤」의 『공화국』을 인용한다. 『…도시교수들은 학생을 두려워하고 아첨하며 반대로 학생은 스승을 타기한다.…그래서 일반적으로 청년은 몇 해가 지나면 연장자를 닮아가고 언동까지 같아지고 만다.』
작금의 대학생들을 대해 보면 그 정신연령이 낮은데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히 분위기에만 휩싸이고 남의 판단에 이끌리며 자주독립의 기풍이 결핍돼 있다. 그것은 대학에 들어오기 이전의 교육에서 인생·사회·역사의 파란곡절을 가르쳐 깊이 생각하게 할만한 교수가 적었던 탓이다.
교수는 말할 것도 없이 각기 자기의 전공분야를 통하여 학생에게 인생과 세계라든가 허다한 고전이나 문학자를 통해 청년의 마음을 그 다양한 면에 눈뜨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대교육은 그것을 충분히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서양의 사상서 한 권을 읽은 일도 없이 일정한 사상적 경향을 띤 단체에 가입하는 과오를 쉽사리 저지르고 있다.
그래서 「퍼킨슨」씨는 대학에 대하여 몇 가지 경구를 던지고 있다. 즉 대학교수는 대체로 편협하고 머리가 좋은 대신 인격이 원만치 못하며 학자이외엔 자신이 소속한 학원에서 관리자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한 교수들을 설득하고 「리드」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또 근자의 학생들은 나태하고 부모에 대한 의무감이 없으며 성적으로 조숙한 반면에 정신적으로 미숙한 점이 많다.
이러한 교수와 학생을 결합시켜야하는 관리자에겐 극히 능숙한 「리더쉽」의 발휘가 요청된다.
그러나 필요한 권함와 능력을 동시에 갖춘 「완전한 관리자」를 구한다면 지금 형편으론 전무하다. 관리자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관리능력이 확대되어야하고 지휘의 이론과 실천을 끊임없이 연구·연마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대학관리 분야도 사관학교와 마찬가지의 전문「코스 가 설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까지 이르고 있다.
영국의 경영학자 「퍼킨슨」이 1957년에 저술해낸 『퍼킨슨 법칙』이 새삼 대학개혁 논의에 심각히 대두되는 것은 그의 예리한 사회생태학적 진단과 처방에 있다.
그런데 대학개혁을 대학측에 맡겨 두자고 한다. 그것은 대학자유의 원칙에 입각한 견해이듯 하나 바꿔 생각해 보면 이처럼 무리한 주장이 없다. 치료는 어떠한 성질의 것이든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것이지 환자자신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기를 개조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개혁을 단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하는 논의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 개혁하겠다』는 기획을 짜놓는 것이요 또 세세한 의론에 들어가기 전에 확고부동한 안을 만들어 놓는 일이다. 만일 수술대나 「메스」를 환자 앞에서 만들기 시작한다면 환자는 도망치고 말 것이다.
퍼킨슨 법칙에 의하면 『어떤 기관이 건물을 훌륭하게 세웠을 때는 바로 그 기관이 붕괴할 때』라는 것이며 그 실가 동서고금에 허다하다. 사실 오늘날의 많은 대학들이 건물과 시실면에서 굉장한 개선을 하였음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퍼킨슨」 법칙을 적용시켜 생각할만하다. 건물이나 시설이 좋아진데 반비례하여 교사의 정열이 저하되고 사제간의 친밀도가 강조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외지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