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풋살 교본은 휴지통에 던져" … 무서워라, 스페인서 온 대표팀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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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풋살 대표팀 감독은 스페인 출신 라울 곤살레스 에스쿠데로(46·사진)다. 지난 9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이제 2개월째다. 2003년 스페인 카스티야 레온주 대표팀을 맡아 2006년 스페인 21세 이하(U-21) 대회와 2009년 스페인 U-20 대회 우승을 이끈 경험 많은 감독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 후 한국 축구와 적지 않은 문화적 갈등을 겪은 것처럼 그 역시 한국 풋살의 수준 향상을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다. “한국에서 풋살용 피치(경기장)는 단 2개에 불과하다. 다른 경기장에는 대부분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풋살은 인조잔디에서 하느니 차라리 아스팔트에서 하는 게 낫다.” “너희들이 지금껏 보아왔던 풋살 교본은 모조리 휴지통에 버려라.” 그가 던진 쓴소리다.

 그는 “2020년 한국의 첫 풋살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기적을 꿈꾼다”고 말했다. 앞으로 7년 후 우승도 아닌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는 것도 기적이라고 했다.

 아시아 정상권인 한국 축구와 달리 풋살은 걸음마 수준이다. 세계랭킹 74위, 아시아 15위의 약체다. 일곱 차례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풋살 월드컵 본선에는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그는 “한국은 아마추어 풋살 12팀이 참가하는 FK리그가 있지만 대표 선수 16명을 뽑기 힘들 만큼 인재풀이 적다. 과거 이란에 0-11로 진 적도 있고 이번 최종예선 지상과제도 1승”이라고 한국 풋살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그러나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라울 감독은 “이란은 과거 풋살월드컵 4위, 일본은 16강에 올랐다. 일본은 풋살을 제대로 시작한 지 7년밖에 안 됐다”며 “한국 선수들은 스페인 선수들 못지않은 잠재력을 지녔다 ”고 말했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한국 풋살 대표팀은 이달 초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 풋살 챔피언십 동부지역 예선 3위로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한국은 내년에 15개 팀과 2016년 월드컵 본선 티켓 4장을 두고 겨룬다. 6개월 단기 계약을 하고 왔지만 축구협회는 계약을 연장할 계획이다.

박린 기자

◆풋살(futsal)=스페인어 축구(Futbol)와 실내(Sala)의 합성어다. 정규 축구장의 4분의1 크기 공간에서 전·후반 20분씩 40분간 겨루는 경기다. 1960년대 스페인에서 시작돼 89년 제1회 풋살월드컵이 열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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