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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도박|백상창<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근자 고급공무원을 포함한「인텔리」중의 인사들이 상상하기 힘드는 거액의 도박판을 벌이고 검찰에 의해 구속되고있다.
동포의 많은 부분이 아직도 어려운 가운데 근대화라는 고된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이때 과연 이와 같은 몰지각한 현상이 어찌하여 일어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를 계기로 「도박」이 가지는 의미를 사회병리학과 정신분석학의 차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민족사를 볼 때 안정될 날이 없이 언제나 민중의 미래는 막혀있었고 닥쳐올 운명에 대한 긍정적 의지나 자신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러다가 우리 민족성 속에 오랜 전통을 가지고 뿌리박아온 「샤머니즘」(shamanism)은 민중으로 하여금 일확천금의 환상을 가지게끔 하였고 이것이 곧 사행심으로 전환되지 않았을까 한다.
도박심리를 좀더 실충 구조에서 살펴보면 몇 가지 정신분석학적인 원인을 내포하고있다.
상습도박은 일종의 아편중독증과 같은 심리적 중독증으로 그 속에서 인간은 항시 미숙하고 퇴행된 성적도착증을 나타내고 있다. 어린 시절에 특히 자위행위(masturbation)를 하면 a묘한 쾌감(orgasm)과 이 쾌감 뒤에 오는 죄악감으로 인한 「메저키즘」적 자기 징벌 감이 교대로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도박심리의 원형인 것이다.
돈을 따는데서 오는 쾌감은 곧「오르가슴」적인 성격을 띠고있고, 돈을 잃음으로 해서 오는 묘한 병적인 쾌감은 역시 「매저키즘」적 자기 징벌적 쾌감일 것이다.
상습도박을 하는 분들이 가정을 돌보지 아니하고 부부의 애정마저 외면하게 되며, 마침내 가정파탄·자아파멸 및 사화붕괴현상으로 내달음질 치게 하는 심설 심리-그것이 바로 성 도착증적 원형 때문인 것이다. 특히 근자 우리 나라에서 도박이 공무원에 대한 준 뇌물 행위 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것을 살펴보면, 이들은 도박행위를 통해서 상호간에 퇴행된 묘한 성적쾌감을 느끼게되고, 이런 병리적인 공동 행위를 통해서 묘한 상호신뢰와 거래목적에 대한 은근한 보장이 가능하게 되어 환상적인 동시에 실리적인 만족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정상인간의 대화가 상실되고 신뢰와 안정감이 상실된 이 땅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히 병적인 대화가 또한 도박을 통해서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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