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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만의 개강|앞으로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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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보름동안 8개 대학에 내려진 휴업명령이 해제되어 대학가는 표면적으로 정상을 되찾았으나 정상화 과정에서 겪은 진통과 시련의 상처가 상당히 깊어 허다한 문젯점을 남겨주었다. 정부의 전례 없는 강경 방침에 따라 학생에 대한 무더기제적, 연행과 학칙보장 등 해방이후 최대의 조처가 대학에 가해졌고 이 조처는 학생이나 대학 측으로 보면 상당히 가혹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은 학원 안의 불순하고 반지성적인 요소를 제거하는데 정부가 개입한 것이며 대다수학생의 면학분위기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학생의 희생은 불가피했다고 밝히고 앞으로의 학원문제는 학원스스로가 해결, 연구하고 자율적인 대학이외에 책임 있는 대학이 되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가져온 문제 가운데 가장 크고도 심각한 문제는 교수에 대한 학생의 불신감을 어떻게 해소하여 효과적인 학생지도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며 제적학생의 구제, 부족 된 수업일수, 교련교육, 학생회활동의 장래 등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교련확립 및 학생회 활동문제=학칙개정으로 총·학장의 학생지도권이 강화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은 종전보다 많은 제약을 받게 됐다.
문교부의 6개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대학에서 교수들이 사퇴 서를 내거나 제적대상학생의 구제를 건의, 문교당국에 반발하는 자세를 보였으나 끝내는 굴복, 지시사항을 이행하여 제적 등의 가혹한 결의를 했음을 알고있는 학생들은 교수들에 대한 불신감을 상당히 표시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간의 대화를 통한 설득과 이해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학생지도의 이상적 방법임을 생각할 때 교수들의 입장을 이해하느냐 또는 불신하는냐에 따라 지도문제는 큰 벽에 바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휴업령 기간동안 해제건의를 하지 못하고 해제이후도 정상수업에 들어가지 못한 대학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문제에 대한 교수들의 고민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생회간부 출마자격의 규제·「서클」및 간행물 발간에 대한 지도 및 검열강화 등을 내용으로 학칙이 개정되어 학생활동은 많은 제한을 받게됐으며 그나마 기능정지 된 7개 대학학생회는 아무런 활동조차 못하게되어 자치활동의 공백기가 얼마간 계속 될 것이다.
◇제적학생구제문제=이번 사태로 제적된 1백77명의 학생구제문제는 휴업령 해제 후 예상되는 후유증의 핵심이 될 것이다.
정부와 대학당국자들도 학생들이 등교와 함께 이 문제를 들고 나와 다시「데모」등 소요사태를 빚을까 우려하고 있어 부단한 접촉을 하고 있다.
문교부는「데모」악순환이 지금까지 미온적인 태도에도 원인이 있었다고 판단, 제적학생의 재입학을 불허토록 학칙을 개정했고 현 단계로는 구제를 고려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앞으로 구제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어 유동적이라 하겠다.
◇수업일수문제=이번에 휴업령이 내려진 8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문리대·법대·상대)와 고려대·연세대 등이 법정수업일수를 채우는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서울대의 3개 단과대학의 경우 1학기 동안의 자진휴업과 휴업령 등으로 법정수업일수 2백10일을 비상시에 적용하는 1백80일로 이미 단축키로 결정했었다.
이번에 다시 15일간 공백기를 가져와 겨울방학을 15일 단축할 수밖에 없게 되어 지난30일의 학·처장회의가 방학단축을 결정했으며 휴업령 해제 후 다시「데모」등 사태로 수업을 못하게되면 자동적으로 그 기간만큼 방학단축이 불가피하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1학기 동안「데모」사태로 인한 전면휴강·자진 등교 거부 등으로 1주일 가량의 공백이 있었고 2학기에 들어서도 2, 3일 가량의 자진 등교거부기간이 있어 휴업령 기간을 합쳐 약25일의 수업일수가 부족한데 이로 인해 대학당국은 수업일수를 1백80일로 줄일 것이지, 방학기간을 단축하고 법정수업일수 2백10일을 채울 것인지 두 가지 가운데 택일할 형편에 놓여 있다.
나머지 대학은 앞으로 남은 기간 수업을 제대로 하면 법정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 대학당국자들의 말이다.
◇교련과 서약서 제출문제=올해 들어 대학가 소요사태의 불씨가 된 교련교육은 2학기부터 당국의 후퇴로 종전의 7백10시간에서 1백80시간으로 대폭 완화됐으나 교련교육의 전면 철폐를 주장했던 일부대학생들은 단l시간의 교련교육이라도 학원의 병영화를 기도하는 것이며 국제정세로 보아 교련의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하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어 이들에게 어떻게 교련교육의 필요성을 납득시키는가가 가장 큰 문제해결의 관건이다.
정부당국자들은 이번 학원사태로 지금까지 교련수강을 거부한 모든 대학생들이 서약서를 내고 거부태도를 버릴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6천여명의 미수강자 가운데 얼마나 되는 학생이 서약서를 내지 않고 입영을 택할 것인지 주목되는 문제이다.
학생들은 『서약서만 내면 모두 구제한다』는 문교당국의 말과 『주동자 5백여명에게는 서약서를 받지 않겠다』는 국방당국의 말이 엇갈려 어리둥절하고 있으나 서약서를 내고 앞으로 계속 수강하면 징병검사 및 입영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진휴업 교문제=8개 대학에 대한 휴업령 해제와는 별도로 자진 휴업한 대학이 상당수에 있으며 이들 대학 중에도 학생제적이나 간행물발간정지처분을 당한 학교가 있어 자진개강에는 문젯점이 있다.

<이돈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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