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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의 현대적 의미 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전통과 민속학의 현대적 방향」을 주제로 23·24일 원광대민속학연구소가 마련한 국제학술회의는 한·중·일 등 3개국의 관계학자 30여명이 참석, 민속학에서의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했다.
지금까지의 민속학이 현지조사의 현재적 실증자료를 기초로 하면서도 언제나 과거적 지향성으로 인해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현대적·미래적 효용성을 잃은 채 단순한 과거적 관심의 과거학으로 전락해 왔다는 반성에서부터 논의는 시작되었다.
「전통의 현대적 파악」을 다문 이상일 교수(성대)는 『근원상실증에 걸린 현대인의 개인적 존재와 전통의 대결은 대결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대화의 만남이어야한다』고 전제하고, 전통의 보유를 통해서만 인간이란 집단은 외적강요나 목적의 강제적 모임에서 참다운 공동사회에의 연대의식을 갖게된다고 현대적 의미의 전통을 풀이했다.
민속학에서는 또 전통을 단순한 전통재 뿐 아니라 그것이 저장되는 영역으로서의 전통권과 이를 계승시키는 전통담당자의 비중이 큰 뜻을 갖는다는 것.
전통재는그 득실이 과거의 시간과 역사에 결부되어 있고 따라서 그것을 대상으로 삼는 학문은 과거만을 부각시키고 강조함으로써 「과거학」이 될 것이며, 현대화의 완결로 과거적인 것들이 사라지면 전통재의 상실을 통해 대상을 잃은 그 학문은 학으로 성립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민속학이 서민생활에 대한 과학이고 「현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전통의 구성요건인 전통권과 전통담당자에 대한 연구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화의 관계에 대해 이 교수는 『마치 무분별한 전통에의 복종이 몽매와 타성으로 비판받듯, 무분별한 진보정신은 무목적인 부당한 발전출동으로 새것에 맹종하여, 도덕적 과실이나 괴상한 유행이나 어떤 종파작용도 단순히 새롭다는 사실만으로 받아들이며, 속력으로 표현되는 진보의 현깃증 때문에 인간은 정신적 기반을 상실 당하며 문화의 붕괴, 개별화, 획일화한 실향증, 세계의 무미성, 공동사회의 사회학적 해소에 이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근저상실에 걸리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시진추 교수(문화원대)는 「고대민속예술의 현대적 해석」에 대해 말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민속예술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는 민속예술은 시대에 뒤떨어진 문화유산으로 박물관에 전시도 되지 못할, 유행의 물결에 언젠가는 휩쓸려 없어지고 예술사에 흔적도 남길 가치가 없는 것』정도라고 말했다.
민속예술 내지 민속학에 대한 이 같은 생각은 19세기 중엽에 비롯되었고, 순수예술의 분야에서 민속예술은 떨어져 나가게 되었다는 것.
시진추 교수는 크게 두 가지에서 이의 원인을 분석했다. 즉 첫째는 19세기에 시작된 자연과학의 급격한 발전은 과거의 전통에만 얽매이는 민속예술을 케케묵은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
다음은 산업혁명으로 비싼 값의 민속예술품이 모조품의 대량생산으로 인한 가격의 폭락과 이에 따른 희소가치의 상대적 저하 등이다.
민속학에 있어서 새로운 방법론의 탐색은 세계적 현상인 듯. 민속학은 그 성립동기가 외계적 정책상의 필요에서 출발했고, 학으로서의 성숙관계에서 좌절당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의 죽전단 교수(동경교육대)는 「일본민속학의 방향」에서 『일본민속학의 창시자 「야나꾸다·구니오」(1875∼1961) 이후, 타학문분야에서는 서구의 새로운 방법론이 계속 도입되었으나 민속학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있다.
일본 나름의 민속학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태곤 교수(원광대)는 「한국민속학의 방향」을 ⓛ민속이 서민의 문화현상이기 때문에 민속학은 서민의 입장에서 서민의 생활문화를 연구하는 서민의 학문이 되어야 한다.
②과거의 「문화 민속학」에 「사회 민속학」의 분야를 추가해야 한다.
③민속의 기능적 입장에 서서 관찰, 분석해 나가야 과학으로서의 비중이 강해진다. ④민속학이 가야할 방향은 역시 민속의 기능적 관찰로부터 서민의 사회생활을 연구하는 현실적인 방향이어야 한다 등으로 요약했다. <이리=강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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