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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 「피날레」 중국대표권|토의에서 표결까지 유엔외교 하일라이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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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8일 상오10시반(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유엔」의 「중국대표권 문제토의」가 「알바니아」안 통과로 나타났다. 그 동안 「중공초청」 인정이란 대전제 아래 「국부잔류」냐 「국부추방」이냐를 둘러싸고 국부 유지파와 국부 추방파는 치열한 득표활동과 공방을 벌여왔다.
25일의 역벽대전을 앞두고 18일부터 25일까지 총회장과 막후에서 상연된 세계외교전쟁의 7막백경을 조감해 보면-.

<「선전포고」(18일)>
양「팀」의 주장들이 등단해 기조발언을 했다. 먼저 칼을 뺀 「알바니아」의 외상 「나세」는 「하드보일」조의 딱딱한 「냉전적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부쉬」 미국대표는 강약과 고저가 적당히 배합된 웅변조의 발언으로 어려운 법리론을 섞어 『「예스」냐 「노냐』를 요구, 이어서 등단한 중화민국의 주서해 외교부장은 비장한 어조로 「알바니아」측 공격에 대한 반론을 펴나갔다.
「코스타리카」는 「2개의 중국」론을, 「캐나다」는 「역 중요」안의 선의권까지를 반대하는 철저한 친중 공색을 드러냈고 「우크라이나」대대가 변호권행사를 요청해 「이중대표제」가 「우크라이나」의 예를 본뜬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다소 지리했던 첫날의 토의에 양념(?)을 친 것은 「유엔」의 결불 「바루디」옹, 「사우디아라비아」의 노대표는 공연한(?) 여담을 늘어놓다가 「알바니아」안과 미국안을 다같이 수정하자는 엉뚱한 절충론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젠 남의 웅변을 듣고 태도를 고칠 시기는 지났다는 공론.

<「현실주의」(19일)>
이틀째 토의는 온통 「현실적」이니, 「현실주의」니 하는 낱말로 장식된 것이었다. 『미국안은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한 18일의 「부쉬」미국대표의 말을 받아 「역 중요 드라머」의 공동주역 애지 일본대표는 이날 『극동의 변화된 현실을 인정』해야하며 『중국대표권의 현상에 대해 현실적으로 대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국부에 대한 신의 때문에 대만존재의 「현실」을 강조하는 미일의 「현실주의」는 1949년이래 북평에 중공정권이 들어앉아 왔다는 「현실」에 대해서는 「노·터치」했다.
더구나 「부쉬」대표의 「현실주의」는 「키신저」의 2차 중공방문이란 「역 현실주의」와 시기를 같이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날도 대표단 식당엔 5백건의 예약이 쇄도, 회장 밖에까지 식탁이 마련되는 등 요란한 초대외교와 요리공세의 일단을 보여주었다. 연설국은 총14개국.

<선심공세>(20일)>
「중공파 우세」의 예견이 기우뚱해진 날이다. 미·일을 기수로 하는 국부 유지파가 총회의 주전장보다 막후의 흥정에 주력, 이 당근 작전이 약효를 내기 시작하듯. 돈이 없어 총회에 못나오던 「맬다이브」대표가 미국의 경비제공으로 표결에 나올 것이란 풍설이 돌 정도다.
유난히 공석이 많았던 이날 「말리크」 소련대표가 『학령미달아동의 작문』같은 발언을 했을 뿐, 관심은 모두 막후로 쏠려있었다.
회의장에 잠깐 얼굴만 내밀었던 애지 일본대표가 『정세는 호전한다』고 장담한 만큼 중공파의 표밭이 미일의 협심공세와 흥정으로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설득」의 파장은 「유엔」의 「가이드」양들에까지 미쳤다.
『신규 가맹은 안보리 소관인데 왜 총회에서 다루느냐』는 견학자의 질문에 중공파의 입김을 쐰(?) 한 「가이드」양은 『중공문제는 가입문제가 아니라 누가 진짜 대표냐를 가리는 문제』라고 답했다고.
「에과도르」 「모리셔스」같은 나라도 미국과 모종의 흥정이 이뤄져 「역 중요」편으로 넘어섰다.

<백귀야행>(21)>
21일 회의장은 「중국총회」가 「유엔총회」한테 「추방」된 날. 자기네 대표부가 유대계 미국인의 총탄세례를 받은데 분격, 「말리크」 소련대표가 등단해 유대계 폭력단체와 미국의 치안불비를 호되게 나무라자 「사우디아라비아」대표도 『정치「테러」는 교수형에 처하라』고 노발대발했다.
「시리아」대표도 유대계 방송의 「보복」선동을 끄집어 『이것이 미국적 언론자유냐』고 비난, 결국 「부쉬」미국대표가 『정중한 사과』를 해야했다.
그러나 재차 등단한 소련대표는 화살을 「이스라엘」에 돌려 『6백만의 유대인이 「나치스」에 학살됐지만 소련은 반「나치스」전으로 2천만을 잃었다.
이것이 없었다면 오늘날 1천5백만의 유대인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삿대질.
그렇다면 『「히틀러」와 불침조약을 맺은 건 누구더냐』고 「이스라엘」대표가 반박한 직후엔 웬 사람이 난데없이 단상에 뛰어올라가 열변을 토하겠다고 설쳤다. 가까스로 끄집어내려 놓고 보니 이 친구는 「줄리언·맥고거」이란 「뉴요크」시민으로 「미국시민대표」(?)자격으로 중공지지 연설을 한바탕 하려 했다는 것.
사무국은 백귀야행한 이날부터 입구에서 신분증검사를 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최후의 점검(22)>
각국대표의 토의는 이날 사실상 대단원에 들어갔다. 23, 24일이 「위크·엔드」이기 때문이다. 「쿠바」등 17개국이 발언을 한 뒤 미일은 저마다 마지막 표밭점검을 하느라고 부산했다.
결론은 「역 중요」가 찬 58, 반 59라는 한 표 차로 좁혀 졌고, 이중대표제도 찬 40, 반 65, 기권 25로 약세, 「알바니아」안은 찬 63, 반 43, 기권 24로 과반수를 넘지만 3분의2선엔 미달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형세에서도 미일은 「낙관」이다. 그들 나름의 승리의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즉 「역 중요」방식의 선의권을 획득하는데 필요한 58개국 의지지표와 『역 중요안에는 반대이나 선의권에는 찬성한다』는 나라들 10개국을 포섭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의권 획득 「역 중요」→「성립」→「알」안 부결→이중대표제 통과로 밀고 나가되 이것이 부결돼도 국부의석은 남게된다는 이야기다.
이와는 별도로 그 동안 설득과 포섭공작을 벌여온 「부쉬」미국대표는 「역 중요」안이 64대59로 통과될 것이라는 「낙관」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25일의 표결결과 찬 55대 부 59로 부결됐다.

<의결전야(25일)>
진인사대천명의 날. 미 국부 「알바니아」 3국의 2차 발언을 듣고 몽고 일본 「엘살바도르」 「말레이지아」 「싱가포르」대표가 표결 설명발언을 했다. 24일의 만찬회에서 「부쉬」미국대표의 『표결결과는 지극히 적은 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과는 거꾸로 돼버렸다. <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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