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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의 새 이정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질서 없는 무용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무용 계의 현실이다. 이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육완순씨의 이번 공연(12, 13일 국립극장)은 착으로 뜻밖의 정신적 이정표를 세워주었다는 데서 커다란 이의를 갖는다
이미 적지 않은 그의 공연 경력이 오늘의 성공적인 무대를 뒷받침 해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보다 앞서 더욱 반가운 것은 피나는 그의 노력의 흔적이 눈물겹도록 참조자의 외로움과 진통을 대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공연의 주축인「적군기원』은 긴 이야기의 전달과 같은「템포」의 지리 함을 지닌 여건 속에서도 재치 있게 끌어갈 수 있는 대단한 솜씨를 보여주었다.
1장의「하늘나라」에서는 박인숙 양의 유망한 움직임이 무대를 압도됐고 3장의「하늘과 땅 사이」에선 현대무용의 가치를 재인식, 한마디로 육완순씨 특유의 개성이 잘 묘사된 성공작이다.
표출 적인 것의 지양이라든가 세련된 기교 또는 미의식의 발견, 이런 것들은 그의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과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데상Ⅲ』은「육완순씨를 비롯한 무용수들의 매끄러운 기교와 분위기에 호감이 갔고『흑인연가』의 김영자·김매자·정승희 등의 무게 있는 움직임이 창조적「무드」를 조성시켜주었다.『잃어버린 나」에는 구성에 있어서 무대적 배려가 세심하였다. 물론 힘의 평준적 입체성이나 예술성의 밀도가 더한층 요구되어야하는 아쉬움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요구는 무용계가 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욕심에 불과할 것 같다.
이병임<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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