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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5)「마스크」 낀 수업|민효기(휘문 고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속초시의 몇 개 학교 6천여 어린이가 공장에서 뿜는 악취와 매연·분진 등으로 교실 안에서 「마스크」를 하고 공부하고있다는 것이 보도되었다. 또 며칠 전 차철환 교수는 「아시아」대양주의학협회 연합회 총회에서 서울의 공해와 수원의 공해를 비교하여 대기오염에서 오는 호흡기장애·안이 질환 등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속초의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해야만 공부를 할 수 있을 정도라면 호흡기 계통에 상당한 영향을 주지 않았나 걱정된다.
공해가 차츰 심각해진다는 외국학자들의 경고가 잦고 우리의 환경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이대로 나간다면 대기의 오염으로 식물은 자라지 못하게 될 것이고 바다는 오염으로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가 공업발전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울산의 공장지대서는 이 환경오염이 벌써부터 문제가 되고 있었다. 현대의 비대해진 과학 문명이 주는 인간성에 대한 침해·구속 등의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직접 간접으로 인간과 자연에 주는 과학발달의 부산물인 공해문제도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예지에서 이룩된 것처럼 이도 인간의 예지와 양심으로 하루 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한 예로서 어째서 한 둘이 아닌 수천의 학생들이, 또 하루 이틀이 아닌 나날을 임시방편에 불과할 「마스크」로 수업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는지 이 땅의 양심이 의심스럽다.
상행위도 인간 사회에 무엇인가의 공헌이 뒤따라야 한다는 윤리가 있다면 공장의 이동·공해해소조처가 강구되기까지의 공장가동의 중단 등으로 개인의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라도 수천의 시민·학생들의 건강과 밝은 생활을 먼저 택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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