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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인비」와의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영국 사학자「아널드·J·토인비」박사는 한 동양인 교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영국「옥스퍼드」대학의 대학신문사 출판 부는 금년에 이것을 책으로 간행했다. 이 책 속에서 『젊은 세대의 도전』편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올해 82세의 이 노 교수는 오늘의 젊은 세대가 직면한 불만과 고뇌에 관해서 질문을 받았다.
인간의 절망, 현실과 이상과의 이해하기 어려운 불일치, 여기에 대해서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고뇌-.「토인비」는 이런 도전은 인류가 생겨났을 때부터 있었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노 교수는『과거의 어느 세대보다도 그것이 훨씬 심각하다』는 의미에서『새롭고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기존사회와 그 전통적 권위에의 불신·반항·부정, 그리고 반체제운동에 관해서 교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W 교수는 또 질문했다.「토인비」는 이렇게 답변하고 있다.
『…왜 폭력에 호소하는가? 왜 전투적이 되는가? 이점에서 젊은 세대들은 지극히 괴로운 모순에 부딪쳐 있으며, 나는 이것에 동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폭력에 호소하는 학생은 기동경찰이나 중무장한 군대와 마주칩니다. 그렇다고 해서 폭력을 피하면 학생의 항의는 누구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고 헛된 것이 되어 버립니다. 무서운 모순입니다.』노 사학자와의 대화는 이렇게 계속된다. W교수의 질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권력은 불가피하게 폭력이나 부패를 수반하기 때문에….』
『…그러면 권력은 어떻게 행사해야만 될 것인가? 권력자들이 우선 첫째로 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자기자신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자기가 죄 많은 인간이요, 타인에겐 더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자신에게까지도 권력을 행사하기엔 부적격한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권력의 행사에 임할 때는 그것을 특권이라거나 크게 즐겨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매우 힘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만….』
「토인비」는「세인트·메리」교에 다니던 자신의 10대 시절도 잠시 회상한다. 그 학교의 기숙사에 있는 학생회장의 침대엔 이런 말이 적혀 있던 것을 기억한다. 『통치는 인간을 알게 한다』-. 통치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실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노 교수님의 침울한 견해는 알겠습니다만…무언가 더 해주실 충고는….』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사이에 사랑과 자기의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자기의 사랑이 불충분하다는 진실에 직면하면 겸양·반성·동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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