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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이민」개방을 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4일부터「모스크바」서 열린 제14차 세계음악인대회가 한국대표는 참석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세계 30여 개국의 대표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세계음악인회의의장이며 미국의「바이올리니스트」인「예후디·메뉴힌」씨(65)는 개막연설을 통해 인류사이에 편견을 없애고 믿음을 갖기를 호소, 주목을 끌었다.
「러시아」어로 연설한 그는 소련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이민정책의 개방을 요구하고 또 소련에서 위대함의 상징인「알렉산드르·솔제니친」등「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들이 금지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소련의 기관지「타스」통신은 다른 대표들의 연설을 보도하면서 대회의장인「메뉴힌」씨의 이러한 연설은 묵살, 조금도 보도하지 않았다.
「메뉴힌」씨는 이제 세계는 어느「그룹」·제도 또는 상징이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고 선언하는 그러한 의지가 지배할 때가 아니며 공 허로 가득 찬 좁은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러한 잘못 때문에 시야가 좁고 상상력이 제한된 그러한 사람들에 의해 참다운 마음과 독립정신이 얼어붙게 되는 것이라 말하고 그들은 그들이 사랑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자신의 나라의 장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몇 해 동안 유일하게 해외여행이 허용됐던「첼리스트」이며 지휘자인「므스티슬라프·로스트로포비치」도「솔제니친」을 옹호하고 예술의 자유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작년부터 예술활동을 구속받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에 이민간「러시아」계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난「메뉴힌」씨는『종교와 인종과 직업이 무엇이든 모든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소련의 정책은 이민을 하나의 권리가 아니고 특권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메뉴힌」씨의 이 연설은 세계적으로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켜 11일자「뉴요크·타임스」지는 『「모스크바」의 울에 갇힌 수억의 국민들』이란 제목의 사설에서『국민들이 자기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외국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게 하는 그런 나라는 실질적으로 하나의 감옥』이라고 주장했다.
최근「프랑스」정부로부터「레종·도늬르」훈장을 받기도 한「메뉴힌」씨는 다섯 살 때 「샌프란시스코」에서「오케스트라」와 첫 협연을 가진 후 올해로써「데뷔」50주년을 맞았다.
그는 또 이 대회에 앞서 열린 집행위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세계음악인회의의장에 재선되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서「쇼스타코비치」「솔제니친」「예프투솅코」 등에서의 음악적 시적 표현의 「스케일」과 힘과 깊이는 소련인의 위대함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한「메뉴힌」씨는『소련은 그들의 강력한 음악적 전통을 다시 살려 전 인류에 봉사하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오늘날 우리는 전통과 배경과 언어 등 모든 차이를 극복해서 편견을 버리고 믿고 지혜롭고 겸손해야 하며 또 공존하는 평형을 이루어야 하는 등 가장 심각한 인간적 문제점들과 대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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