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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거절, 중상자 절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환자를 싣고 경찰관이 5개 병원을 돌았으나 당직 의사들이 『전문의가 아니고 입원실이 꽉 차있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절, 환자는 사고가 난지 2시간만에 제대로 치료조차 받아보지 못한 채 숨지고 말았다.
10일 밤 11시55분쯤 서울 성동구 세곡동118앞 대속로에서 김규식씨(36·무직·성동구 고곡동442)가 번호를 알 수 없는 충남 자가용 신진 「트럭」에 치여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을 길옆에 살던 김기본씨(22·세곡동118)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사고가 난지 10분만인 11일 상오0시5분쯤 대왕파출소 황정규 순경(28)이 현장에 도착, 중상을 입은 김씨를 「택시」에 싣고 천호동에 있는 중앙병원을 찾아가 2분 동안 병원 문을 두드렸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황 순경은 『피를 흘리는 김씨를 싣고 다시 차를 몰아 상오 1시쯤 중앙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숙직 간호원이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갔다. 입원실이 없다』며 응급처치조차 거부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던 황 순경은 또다시 상오 1시15분쯤 우석대부속병원에 도착했으나 간호원들이 똑같이 입원을 거절했고 1시25분쯤 서울대부속병원에 이르렀으나 당직 의사가 『나는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어서 수술할 수 없다. 입원실이 차서 없으니 다른 병원에 데려가 보라』며 환자를 외면했다는 것.
황 순경은 K병원으로 환자를 데리고 갔으나 당직 의사가 『적십자병원에 가서 신경과 진찰을 받는 것이 환자를 위해 더욱 좋다』고 서둘러 보내며 『만일 신경과 의사가 없으면 곧 다시 환자를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상오1시50분쯤 적십자병원에 도착한 김씨는 2시간이 넘도록 병원을 헤매다 겨우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두개골 파열로 출혈이 심해 적십자병원에 도착한지 5분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고「트럭」은 김씨를 친 후 경부고속도로 쪽으로 달아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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