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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국내의 소 간첩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국은 외교사상 전례 없이 많은 수의 외국공관 외교관과 직원들을 간첩으로 몰아 추방하고 소련은 이의보복으로 10여명의 영국인들을 역시 간첩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출국 명령을 내렸다. 전시·평화시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국가간의 첩보활동-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련과 서방국가들의 첩보 전을 2회로 나누어 살펴본다.
「올레그·리알린」(34)의 취중 전죄 피고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런던 「말로보」가 지법에 몰려온 보도진들은 뒤통수를 치고 돌아가야 했다. 어찌된 일인지 피고인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다.
런던 주재 소련대사관상무관 「올레그·리알린」은 그 무렵 런던 교외의 한 조용한 외딴집에서 영국정보당국에 재영 소련간첩망의 전모를 털어놓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영국은 재영 소련인 5백50명의 20%에 달하는 1백5명의 소련외교관과 기타 관리들에게 돌연 퇴거명령을 내렸다. 이유는 이들이 스파이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취중 운전 죄로 체포되는 형식을 빌어 영국에 망명한 「올레그·리알딘」은 소련의 국가안전위원회(KGB) 요원이었다. 그렇다면 그와 KGB가 영국에서 노리는 바는 대체무엇인가? 한 영국관이의 주장에 의하면 소련의 영국첩보망이 노리는 것은 바로 미국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미국의 핵 비밀까지를 교환 받고 있는 미국의 분신이다.
「올레그·리알린」도『영국을 깃점으로 한 대미 첩보역』을 맡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영국당국에 제공한 기밀문서 가운덴 영국의대 미사일조기경보장치를 파괴하는 비상계획서가 들어있었다. 그는「리전트」가의 일류양복점에서 맞춤 양복을 주문해 입는 활량에다 연애대장으로 소문이 나있었다. 식사도 최고급 레스로랑에 가서 가장 값비싼 음식만 골라 먹었다고 한다.
모스크바에 처와 7살 난 아들을 놓아둔 그는 런던에만도 최소한 5명의 정부를 갖고있는 것이 드러났다.
그 가운데는 이스라엘 여학생, 체코 여학생, 영국인여비서2명, 그리고 금발의 소련미녀「이리나·테플리아코바」양이 끼여있다.
「테플리아코바」는 30대의 유부녀, 동료 소련관리의 아내이다. 그녀도 애인을 따라 이번에 망명했다.
「올레그·리알린」을 포함, 전세계에 흩어진 비밀요원을 조종하는 KGB란도 대체 어떤 곳인가?
한마디로 말해 미국의 CIA·FBI·해안수비대·이민국·세관 국을 한데 묶은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 방대한 기구를 쥐어흔드는 사람은 금년57살 난 「유리·안드로포브」전직외교관이자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브레즈네프의 측근이다. KGB의 대외활동은 일상적인 해외정보수집과 역 정보를 퍼뜨리는 두 가지 업무를 포함, 4개의 범주로 나뉘어진다.
그 요원들 가운데는 기자·학자·상무관·하급외교관, 심지어 대사관운전사들까지 포함돼있다. 해외로 여행하는 소련인의 약 반수가 KGB요원이란 말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사람으로는 이미 죽은 다른 나라 사람의 이름과 국적을 따 가지고 암약하는 비밀요원이다.
가령 「루돌프·아벨」같은 인물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미국국적을 가지고 태연히 암약했다. 또 「캐나다」인을 가장한「론즈데일」이란 스파이가 유명했다.
KGB의 임무는 다양하다. 1969년에는 레바논 공군장교를 2백만 달러로 매수해 프랑스로부터 제공받은 미라지 전투기를 입수하려다 실패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7월에는 수단의 친공「쿠테타」에 가담하기도 했다.
최근에 와서는 기술·무역정보·산업정보에 손을 대고 있다. 전자공업분야에서 미국보다 30년이나 뒤진 소련으로서는 능히 하려고 들만한 일이다.
중공과 사이가 나빠졌을 때는 중공기술자들의 철수를 지연시키다가 이들을 굳이 자기네 비행기로 귀국시키겠다고 우겼다. 이들을 나르던 비행기는 몽고상공에서 원인 모를 폭발사고를 일으켜 일행은 몰살당했다. 이들이 소련의 기술정보를 누설시키지 못하도록 하려던 술책이었다.
영·불 합작 「콘코드」초음기도 동독인 「헤르베르트·슈타인브렉터」를 통해 기밀을 빼갔다. 때문에 「콘코드」기는 소련의 TU144기가 나 온지 몇 달 뒤에야 완성됐던 것이다.
새로운 전략으로 나오고 있는 KGB요원은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농담도 지껄일 줄 아는 멋쟁이신사 타입으로 바뀌고 있다. 몇 해 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KGB의「판비」는 현재모스크바 「제르진스키」광장근처 KGB본부 안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스탈린 시대에 피의 숙청을 집행하던 소련의 비밀경찰은 요즈음 군부 다음가는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존재다.
30만의 요원을 부리며 8만의 정치장교를 훈련시키고 정치범에서 공장·형무소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뒤지고 감시한다.
대외정보는 제1국장이, 대내치안은 제2국장이 담당, 제1국의 9천명 요원 가운데 3천5백명이 해외에 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타스통신 「프라우다」지의 기자·영화회사 출장원·무역회사원·보험회사원 등 각종 명목을 붙여 세계각지로 흩어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타임·뉴스위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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