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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수능 딸 위해, 희귀병 아들 위해 … 사랑의 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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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랑 딸 김민정 수능대박’ 김기호(50)씨의 몸에 붙은 글귀가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건설공제조합에서 일하는 김씨는 직장 마라톤 동호회 회장이다. 김씨의 딸 민정(19)양은 이달 7일 수능시험을 본다. 김씨는 3년 전에도 아들 상진(22)씨의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글귀를 몸에 붙이고 도전한 적이 있다. 김씨는 “3년 전 수능대박을 중앙서울마라톤에서 기원한 덕분에 아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올해는 딸에게 행운을 불어넣을 차례”라고 말했다.

○…출발선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던 참가자는 이승구(35)씨 가족이었다. 엄마 김지현(35)씨의 손을 꼭 잡은 다훈(3)군은 처음 보는 경찰차가 신기한지 계속 뒤를 돌아봤다. 아빠 손을 잡은 송은(5)양은 코스를 따라 제법 의젓하게 걸었다. 중앙서울마라톤에 처음 도전하는 이씨는 늦가을 나들이를 가족들과 함께 달리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완주가 목표라기보다는 아이 손을 잡고 함께한다는 의미가 있다. 천천히 걷고 단풍을 즐기면서 추억을 쌓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박은총(12)군과 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아버지 박지훈(39)씨가 10㎞ 코스에 참가했다. 뇌가 서서히 마비되면서 돌처럼 굳어지는 ‘스터지 웨버 증후군’(뇌혈관기형)과 함께 6가지 희귀난치병을 갖고 태어난 박군은 생후 1년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2007년 마라톤을 시작해 현재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박씨는 “날씨가 다소 쌀쌀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43분 만에 완주했다. 은총이도 너무 즐거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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