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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내리고 초저금리 … 더 움츠러든 고령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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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갑을 닫는 60~70대 고령층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후 대비를 충분히 못한 데다 부동산 침체,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쓸 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3일 LG경제연구원은 ‘노후 대비 부족한 고령층, 소비할 여력이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세대 간 소비성향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젊은 시절에는 자산을 모으고, 노후에는 모아둔 자산을 처분해 소비한다. 이 때문에 고령층의 소비성향(가처분소득 중 지출의 비중)은 중·장년층보다 높다.

 실제로 1990년 60대 이상 고령자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94%로 ▶30대(72.2%) ▶40대(80.1%) ▶50대(79.2%) 가구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 성향이 하락, 2003년을 기점으로 40대 가구보다 더 낮아졌고 2010년에는 30대 가구보다 낮아졌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연령이 높을수록 소비성향 하락 폭이 컸다. 2008년 대비 지난해 소비성향은 60대 가구에서 5.9%포인트 감소했고, 70대 이상 가구에서는 6.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30대 가구의 소비성향은 1.6%포인트 증가했고, 40대 가구는 1.9%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처럼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급락한 것은 수명 증가와 불충분한 노후 대비 때문이다. 60세의 기대 수명은 1990년 18.1년에서 2000년 20.4년으로 10년간 2.4년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010년에는 23.9년으로 3.5년 더 늘었다. 반면 경제·사회적 환경은 이들의 노후 대비를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90년대 이후 빠르게 상승한 교육비가 현재 고령층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침체도 계속되면서 고령층의 자산손실을 키웠다. 60대 이상 가구의 부동산 평가액은 2006년 2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2억원으로 줄었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층 소비성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좀 더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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