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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참관 없는 월남대통령선|본사특파원이 본 투·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편집자 주>=이 기사는 중앙일보 신상갑 특파원·동양방송 김옥조 기자가 투표와 개표소를 돌아다니면서 참관한 목격기이다.
【사이공4일=신상갑·김옥조 특파원】「사이공」시의 제7, 8, 9투표구의 투표소는 주월 한국군 비둘기부대의 도움으로 건설된 「빈안」, 「솜쿠이」 및 「캄콩」국민학교에 설치되어 있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투표는 외관상 조용하고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아침에는 투표소를 경비하는 경찰과 자위대대원수가 엄청나게 많았다. 이번 선거에는 「구엔·반·티우」대통령과 「러닝·메이트」「후옹」전 수상이 단독출마하고 있어서 야당 참관인은 한사람도 나와있지 않았다.
기표소 안에는 9명의 선거관리위원들이 앉아있고 선거 사무직원 4명이 유권자의 신분증을 확인했다. 확인이 끝난 후 이들은 「티우」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를 나누어 줬는데 「티우」를 지지하는 경우 그냥 접어서 투표함 속에 넣는다. 반대하는 경우는 투표지를 찢거나 버리고 투표용지가 없는 빈 봉투만 투표함에 넣는다. 유권자 가운데는 장님,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노파도 있어 관리들이 유권자 동원에 어느 정도로 극성을 떨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기자와 만난 한 유권자는 자기는「티우」에게 지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넘버·원」정치가니까요』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유권자는「키」와 「민」을 지지한다고 말하여 자기는 「티우」에게 반대표를 던졌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사이공」시는 2일부터「데모」기세가 누그러들었다. 선거 날은 비교적 조용했다. 그러나 거리에는 군인과 경찰경비가 삼엄했고 특히 번화가인 「투도」가의 주요부분은 가시 철망으로 교통이 거의 차단됐다.
3일 낮12시쯤 「가톨릭」신부들이 「티우」대통령의 선거본부에 있는 1백명 가량의 외국기자들 앞에 나왔으나 그의 반전연설이 10분도 못되어 경찰에 의해 중단됐다.
지난단 29일 평화운동을 하기 위해 「사이공」에 왔다는 이들 신부의 표정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경찰은 신부들을 기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좇았다. 대한무역진홍공사「사이공」출장소 주변은 각국 기자들로 붐볐다. 무역진흥공사는 선거본부에서 5m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다. 「사이공」 시민의 얼굴에는 흥분이나 긴장감 같은 것은 별로 없었으며 이날이 마침 추석에 해당하여 특히 어린이들은 축제기분이었다.
하오5시30분 본 기자들온 투표에 이어 개표참관에 들어갔다.
「사이공」시청 「홀」에 마련된 제1개표소에서는 3명의 남자와 여자가 위원장의 지시 하에 유효 표와 무효 표를 가려내느라고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개표가 진행됨에 따라「티우」지지표가 압도적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반「티우」표로 해석되는 무효 표는 제1개표소인 이곳에서는 약10%로 추산됐다. 투표용지는 반으로 찢긴 것이 있는가 하면 투표지의「티우」사진을 보기 흉하게 갈기갈기 찢은 투표용지도 있었다.
이것은 강경한 반 「티우」세력의 의사표시를 의미하는 것이다.
야당참관인은 보이지 않고 개표종사원들 얼굴에는 긴장감이나 흥분의 빛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사무실에서 일상적 업무를 처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안내는 대부분「사이공」대학교의 여학생들이 맡았는데 개중에는 서툰 영어와 미숙한 참관태도로 외국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경합후보가 없어서 개표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개표 원들은 유효표, 무효 표만 가려내면 되었다.
본 기자는 제1개표구 말고도 제5개표구의 개표광경을 참관했다. 「티우」표가 많이 나올 때 기뻐하는 사람도 없었고 「티우」 반대표가 나올 때 한숨쉬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무표정했다. 정말로 희한한 투표이며 보기 드문 개표광경이었다.
아직도 「베트콩」이 우글거리는 「타이닌」지역을 「헬리콥터」로 가로질러「타이닌」·「하옹기아」생의 일부 지역과 촌락을 비행한 결과, 군 병력이 많은「둑랍」에는 반 「티우」표가 없었고 「쿠치」지역의 「랑베트키우」촌은 월남군의 「캄보디아」침공 때 피란 한 「캄보디아」피란민들이 많이 살고 있어, 본 기자가 참관한 투표소증에서 가장 많은 반「티우」 유권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공산주의자의 치하에 있던 이 지역에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티우」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인 것은 토지개혁과 평정작업이 성공을 거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참관한 투표소의 기표소를 가리는 포장이 너무 얇아서 그 안에서 하는 행동이 선명하게 보이며 안쪽으로 구멍이 나 있는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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