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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회담의 서울·평양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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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0일의 제1차 회담에 뒤이어 29일 제2차 남·북 적십자예비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이 예비회담이 앞으로 몇 차례나 더 거듭될 것이며, 그것이 언제 일단락 될 것인지는 아직 속단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두 차례의 회담진행 상황이 비교적 순조로와 이번 제2차 회담의 결과로 이미 예비회담 자체의 운영절차 문제는 대체로 완전 합의를 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듯하다.
즉 예비회담에서 다룰 문제로서 지난 20일 대한적십자대표가 제의한 7개 항목인 ①예비회담의 장소문제 ②수행원수 ③회의기록 ④발언순서 ⑤회의의 공개여부 ⑥공표방식 ⑦연락문제 등에 관해서는 어제 회의로써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진 셈이다. 따라서 29일의 제2차 회의와 더불어 이제 토의는 바야흐로 본 회담 개최문제에 관한 의제로 이행되었다고 보겠다.
어제 쌍방은 본 회담 개최문제에 관한 의제의 토의 순서로서 ①장소 ②일시 ③의제 ④대표단 구성 ⑤의사진행절차를 토의할 것을 합의했다고 한다. 이러한 토의순서 가운데서 우선 주목을 끄는 것은 첫 번째로 토의할 장소문제가 될 것이다.
본 회담의 장소로서 어제 한적대표는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자고 제의한 반면, 북적은 『원칙적으로 환영하나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의 불편한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판문점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수정제의, 한적안을 거부했다고 한다.
본 회담의 장소가 서울·평양, 또는 판문점 중 과연 어디로 결정될 것인지는 앞으로 좀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북적이 한적안을 거부하고 판문점을 고집하는 이유는 추측하기에 어려운 것이 아니다. 즉 북괴는 20년 전, 휴전회담을 시작하려고 할 때에도 그 장소를 개성으로 하느냐 아니면 원산만의 덴마크 병원선으로 하느냐를 놓고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처음에는 개성, 그 다음에는 판문점을 지적, 쌍방의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그 당시 그들의 목적은 단적으로 말해서 전략적으로 서부전선에서의 북진을 막고, 다름 아닌 38선이 남에서 「유엔」대표가 백기를 달고 협상하러 오는 것을 선전목적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할 수 있다. 북괴가 지금도 휴전자체를 그들의 「승리」로 선전하고 판문점을 「승리의 장소」로 선전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들의 속셈을 알 수 있다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회담장소로서 판문점을 두려워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북적이 서울과 평양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들의 선전에 비추어볼 때 그들 스스로 모순과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북괴는 남·북 적십자회담이 시작된 이후는 물론, 그 이전에 있어서도, 입만 열면 『어디서라도』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 회담을 열자고 제안해 왔던 것이며, 특히 이번 예비회담의 장소로서 『제3국을 회담장소로 하는 것은 비 민족적인 것』이라고 제법 그럴듯한 반론조차 제기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괴는 한적의 「가족 찾기 운동」제의에 대해서 이런 회담이 비단 가족재회 문제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친척·친우를 포함한 모든 친지들의 상호방문·왕래·서신교환 문제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 일까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본 회담의 장소로서 대한적십자사가 서울과 평양을 주장한 것은 이러한 상호 왕래의 첫 단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괴측으로서는 도리어 거부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적이 수송 또는 통신상의 애로를 빙자하여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그들이 내심에 있어 실상 적십자회담의 진전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서울과 판문점 및 평양과 판문점간에는 직통전화가 가설돼 있어 그 회선 수를 약간 늘리기만 하면 통신상 불편은 별로 없을 것 이미, 교포 문제만 하더라도 쌍방 대표단의 수송, 숙박시설알선, 신변보호만 쌍방이 책임진다면 이에 따른 문제는 별로 있을 수 없겠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에 대한 체면을 위해서도 북괴가 결국 본 회담 장소로서 서울과 평양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며, 한적은 이에 대비한 면밀한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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