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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위축일로…출판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출판의 역할을 재인식하고 출판문화의 진흥책을 모색하기 위한 제2회 출판「세미나」가25, 26일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렸다. 다음은 이 「세미나」에서 진윤현씨(국민대 교수)의 「최근의·한국 출판계의 현황」보고를 요약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출판문화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양서가 별로 출판되지 않으므로 독자는 책을 사서 읽지 않고 또 그러므로 출판사도 양서를 출판하지 않는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70년의 도서발행종수는 69년에 비하면 조금 늘었지만 66년보다는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67년이래 70년까지 4년간 평균 12%의 고도성장을 지속하여 왔음에 비할 때 도서출판만은 불균형적인 위축상태에 있는 것이다.
70년 도서발행종수의 종별 구성에 있어서도 순수과학이 1·4%, 기술과학이 8%밖에 안돼 이는 한국의 국가 발전상 필요한 전문·기술적인 분야의 양서출판이 부진함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도서출판은 당면한 국가개발을 위하여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70년 도서총발 부수도 66년의 65%에 불과한 4백86만 여부에 그치고 있고 종당 평균 발행 부수도 66년의 70%인 1천7백13부일 뿐이다.
그러나 번역도서는 66년의 2백11종으로부터 70년에는 4백81종으로 격증, 한국의 도서출판이 해외문화 도입에 적극적인 단면을 보이고 있고 반면 한국도서의 외국어 번역 발행은 70년에 비로소 17종이 되었을 뿐이다.
번역도서의 종별구성은 문학류가 수위이며 다음 종교류 아동류의 순이지만 역시 순수과학, 기술과학은 극히 미소할 뿐이다. 또 원어별 구성에서는 역시 영·미어가 절반에 달하며 다음의 일본어는 70년에는 불어보다 떨어져 번역원어의 다양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출판업체의 경영실태를 보면 종업원 5인 미만의 소규모업체가 대부분이다.
출판사의 자본구성은 자기 자본이 30·5%밖에 안돼 과ek한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
또 출판업체의 총 자본 회전율은 68년의 0·9회로부터 69년에는 0·7회로 감소했으며 순이익 대 매출액 비율은 68년의 6·34%로부터 69년에는 3·86%로 격감했다.
한국의 도서공급기구와 경로는 복잡하고 다원적이며 최근에는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출판업계의 가장 전통적이고 정상적인 공급경로는 출판사→도매상→소매상(서점)→구매자의 경우인데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출판사의 소매상에 대한 직매와 외판제도의 성행으로 도매상이 위축,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월부 외판제는 적극적인 판매중진책으로서 각광을 받았으나 외판원의 수당·수금비·관리비 등의 과당지출과 높은 대손율·자금회전의 불량 등으로 이제 외판제도는 그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여기에 도서 덤핑시장까지 번성하여 해부판·불량도서의 출판·판매까지 함으로써 도서유통 질서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국내출판도서의 1책당 평균정가는 65년의 2백37원에서 2·32배인 5백49원으로 올라 한국도매물가 오름세(65년 기준 70년에 1백45·9)와 서울 소비자 물가의 오름세(65년 기준 70년에 1백71·3)를 훨씬 넘고 있다.
이러한 앙등추세는 제작비·일반관리비 판매비의 격심한 증가에 기인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서의 수요와 소비를 격감시키는 큰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의 도서출판은 예년에 비해 호전되지 못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황의 도서출판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내도서출판·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 분석이 앞서야 할 것이다.
둘째 출판업체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출판금고가 자금확충 등 신속한 기능을 발휘해야할 것이다.
세째 덤핑 시장의 제거 등 출판물의 유통질서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네째 출판업체는 경영합리화에 의한 도서가격의 인하와 과당경쟁을 막아야할 것이며 다섯째 정부는 국가적 도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출판문화의 적극적 지원과 육성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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