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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문학의 인간적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권력과 영광』 『밀사』 등으로 한국에도 소개된 영국의 노작가 「그레이엄·그린」(67세)이 지난 16일 자전적 소설 『어떤 인생』(ASORT OF LIFE·「사이먼·셔스터」사간·2백20면·6「달러」95「센트」)을 발표, 「그린」 문학의 인간적 배경을 공개했다.
이 자전적 단편은 그가 최초의 작품 『내부의 사나이』를 발표하고 「슬럼프」에 빠지기 직전인 27세까지의 그의 작가로서의 성장사를 서술하고있다.
「그린」만큼 패배감에 차있었던 작가도 드물지만, 또 불안감의 과장으로 극적인 안정감을 얻고, 재산을 모았던 소설가도 흔하지는 않다. 그의 『어떤 인생』은 출판 1개월 전부터「런던·타임스」 일요판에 전재되어 벌써부터 세계문단의 화제가 되어왔다. 유모차 속에서의 기억부터 더듬어 나간 「그린」은 국민학교시절의 고독감을 특히 많이 쓰고있다. 그는 「버캄스테드」에서 그의 아버지가 교장이었기 때문에 항상 따돌림을 받았다.
이러한 그의 기억은 그를 항상 불안 속에 있도록 했는데 지금까지도 그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심각한 불안 없이 작품을 시작해보지 못한다고 고백할 정도다. 『성공적 자살은 들리지 않는 구원에의 절규』라고 쓰고있는 「그린」은 가벼운 욕정을 억제하기 위해 다리의 정맥을 끊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학교를 졸업하고 16세가 되자 「런던」에 보내 정신분석을 받도록 했다. 이때의 「런던」행은 그에게 있어 행운의 계기가 되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근세사를 전공한 그는 이 기간 중에도 인생에 권태증을 느껴 6차나 권총으로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었으나 실패하여 다시 생의 의욕을 얻기도 했다.
「런던·타임스」에 편집보조인으로 근무하다가 소설을 쓰기 위해 그만둔 것이 25세 때였다. 그해 그는 『내부의 사나이』를 발표했었다.
『내부의 사나이』는 정신분열증에 걸렸던 「그린」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져있다. 『어떤 인생』에서 「그린」은 이러한 성격적 결함을 가족전체에 걸친 질병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그의 성격은 이 책에서도 보인다.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그의 우울증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가 견디어 온 패배감이 역연하다. 그의 작중인물에서처럼 그는 항상 안전한 좌절은 신의 은총의 표현이며 독자에게 그 인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있다. 그러면서도 「그린」은 스스로를 가리켜 『한 작가의 가슴에는 얼음 조각이 있었다』라고 스스로의 인간적 열등감을 억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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