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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주체사상을 교과서에 싣겠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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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내는 8개 출판사 가운데 금성출판사와 천재교육 등 일부 출판사 집필진이 북한의 주체사상과 토지개혁에 대한 교과서 기술 내용을 고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교육부가 수정 권고한 상당 부분은 수용하면서도 민감한 두 부분에 대해선 수정 없이 기어코 넣겠다는 것이다. 금성출판사는 북한 학계라는 모호한 출처를 인용해 “주체사상은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고, 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으로 인간 중심의 새로운 철학 사상”이라고 기술했다. 천재교육 역시 “어떤 사람들은 소련식이 좋으니, 중국식이 좋으니 하지만 이제는 우리 식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란 ‘김일성 전집’의 구절을 직접 인용했다. 집필진은 “북한 학계라는 인용을 달았으니 문제가 없다”거나 “북한의 1차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런 교과서 기술 내용과 해명은 학생들의 현실 인식을 오도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지극히 부적절하다.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했던 고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겉으로는 인민이 주인이라고 주장하나 실상은 수령의 개인숭배 사상이요, 북한 주민을 노예화하는 정신적 무기”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일부 출판사들이 그래도 주체사상의 내용을 넣겠다고 고집한다면 주체사상으로 인해 북한이 김씨 일가의 왕조이자 최악의 인권탄압 국가로 전락하게 된 교조적 이데올로기의 해악을 자세하게 기술해야 맞다.

 일부 교수들은 교과서를 마치 자신의 주장을 담는 논문 정도로 착각하고 있다.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 “근로를 전제로 한 농민적 소유권을 부여했다”고 기술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 농민들이 마음대로 토지를 팔거나 임대할 수 없었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객관적 사실 아닌가.

 교육부는 일부 집필자들의 수정 권고 거부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수정 명령권을 발동해 문제 부분을 직권 수정하더라도 법적으로 하등의 문제가 없다. 편향된 역사인식에 빠진 일부 역사학자들의 손에서 한국사를 건져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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