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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업체 정리 진퇴유곡…각 은행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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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은행은 지금 본래의 여·수신 업무 외에 채권 보전과 회수를 위한 관리 기업체 정리 문제로 큰 진통을 겪고 있다.
대부분 차관 업체들로 구성된 62개 은행 관리 기업체 중 연내에 각 관리 은행이 자율적으로 10개, 기업 합리화 위원회를 통해 13개를 정리해 보자는 계획을 세워 놓은 바 있으나 하반기에 들어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부실화된 그대로 팔아치우자니 살 사람도 없거니와 은행이 막대한 손실을 봐야 하고 관리를 계속해서 재생시킨 다음 채권을 회수하자니 경영 상태가 호전되기는커녕 자금 부담만 늘어 나는 진퇴유곡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관리 기업체 정리가 은행마저 부실화되는 것을 막고 자금의 비효율을 제거하자는 것이 있지만 이 의도가 현실에 반영되기에는 관리 기업체의 경영 상태가 너무 악화해 있어 정리 작업이 난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말 현재 지보 은행의 차관 상환 대불 잔액은 23개 업체에 22억7천3백만불로 작년 3월말의 5억2백만불에서 4배반이나 격증했다.
이 대불 잔액은 5개 시은 분이 17개 업체 16억5천6백만원, 산은 분이 6개 업체 6억1천7백만원이며 작년 3월말의 시은 대불 9천4백만원, 산은 대불 4억8백만원에 비해 산은 대불보다 시은 대불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차관 지보 형태가 초기에는 산은, 그 다음에 시은이 취급했던 점과 관련하여 시은 지보 분의 상환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며 차관 상환이 금년의 2억3천만불에서 내년엔 3억6백만불로 늘어남에 따라 대불은 시은 중심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고 차관 상환액의 증가액이 작년의 1억8천7백만불에서 금년엔 2억3천만불로 23%(4천3백만불)가 늘었는데 대불 잔액은 작년 3월말보다 금년 7월말에 4배반이나 증가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8월말 현재 은행 관리 업체 수는 그 동안의 공매(광업 제련 등 산은 지주 관리 4개 업체) 및 관리 해제(포항 종합 제철 등)로 작년 말의 75개에서 62개로 줄었다고 정부가 밝히고 있으나 최근 70년6월말까지는 관리 업체 명단에 들어 있지도 않던 한국「알루미늄」이 산은의 부분 관리에서 지주 관리 업체로 넘어갔다.
외자 1천3백48만불, 내자 19억6천7백만원으로 69년7월에 준공된 한국 알루미늄은 지난 5월부터 군수 산업의 일환으로 육성하는 대책이 강구되는 과정에서 관세 포탈 혐의로 당국에 입건까지 됐는데 이번에 산은의 기대 출금 8억3천7백만원은 투자로 전환되고 새로 산은에서 5억원, 시은에서 4억원 등 9억원을 지원 받게 된 것이다.
한국 알루미늄은 이미 융자금의 투자 전환 조치를 밟은 흥한화섬과 「유니언·셀로판」과 같은 케이스이며 산은의 지주 관리 업체가 됨에 따라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 이사장으로 취임, 흥한화섬과 같이 전직 각료 급이 경영 책임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정리 「사이드」는 상반기 안에 공매되었거나 실수요자가 내정되었던 「유니언·셀로판」·광업 제련 공사·요업 센터·대한 염업을 제외하고는 별반 진척이 없다.
현재 기업 합리화가 한국마방(산은 관리), 한영공업(산은 지주 관리), 대명목재(외환은 관리), 내외방적(한일은 관리) 등 4개 업체의 정리를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 정리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리 방안이 반드시 공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부동산 매기가 극도로 침체해 있어 예정된 가격대로의 매각이 어렵고 육성 방안을 강구하려해도 기본 원칙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 관리 기업체 정리와 관련해서 몇 가지 두드러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부실기업 및 은행 관리 기업은 모두 지원 육성하던 방법을 지양, 선택적으로 지원 방안을 강구하면서 재생 가망이 없는 것은 도태시키고, 둘째 금리 감면 등의 지원 조치는 기업주가 주식 지분을 포기해야만 가능토록 하며, 세째 은행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을 촉진하기 위해 감정 가격보다 10∼13%가 싸게 그리고 대금의 할부 상환이 가능토록 제도화한 것이다.
이중 주식 지분 포기를 전제로 한 이자 감면 방안은 은행이 이자 감면 등의 특혜를 베풀어 부실화의 책임을 져야할 기업인을 오히려 건실한 기업보다 더 돕게되는 불합리 등을 제거하고 단기적으로는 은행이 이자 손실을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채권을 확보하면서 자금의 비효율을 제거하여 산업 기반도 튼튼히 하자는 목적이다.
그러나 일반 기업 경험이 적은 은행에 경영 책임이 전가되고 금리 손실 뿐 아니라 업무량의 비대를 가져오며 과도하게 주식 지분 포기를 강요할 경우 경제계에 사업 의욕을 잃게 할 수도 있다는 점 등으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일반 기업의 부실이 어떤 형태로든 은행 부실화 요인으로까지 파급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고도 성장 정책에 편승한 기업 난립의 후유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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