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폭력 충동의 경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몇달째 우리 사회에서는 광주 난동 사건·실미도 군 특수부대원 난동 사건·한진 사건·서울시경 기동대 순경 난사 사건 등 폭력 충동을 행동으로 노출시킨 불상사가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이들 사건은, 그 배경과 직접적인 동기가 서로 다른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기한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불평·불만을 폭력 수단에 호소하여 그 급진적 해결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불평·불만이 폭력으로 노출되어 치안을 어지럽게 하고 사회에 충격을 주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회 생활의 기본 질서가 근본적으로 동요하고 있다는 위험 신호로서 국가적으로 경계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할 필요가 절실하다 할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일부 국민이 갖고 있는 폭력 충동이 어째서 자제되지 않고, 자칫하면 난동으로 번져 소란스런 사태를 조성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보는 바 그 기본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는 관리 당국이나 상급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피 관리자들이나 하급자들의 불평·불만에 대해 일종의 불감증에 걸려 그 소재나 원인을 올바르게 파악치 못하고 따라서 이를 신속히 제거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난동을 벌이는 자들은 그 대부분이 평화적인 의사 표시나 법에 의한 구제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극한적인 수법으로 사태를 급진적으로 개선코자 하는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세째로 현존 법질서 그 자체는 약육강식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의 그릇된 운용이 약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사회 정의를 해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법이나 법질서에 대한 국민 일반의 신뢰감을 저하시키고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아마도 이상 세 가지는 일부 국민으로 하여금 폭력에 의한 자구 행동을 선택케 하는 일반적 요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평·불만이 폭력으로 뛰쳐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배자·지도자·상급자들이 예민한 사회 감각을 가지고, 그들의 지배와 지도를 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평화로운 방법으로 사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고, 법의 제정과 운용을 사회 정의의 요구에 엄격히 부합케 함으로써 법에 의한 구제에 대해 근본적인 신뢰감을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가 공업화·근대화 작업을 서두르는 나머지, 그 작업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가지 좋지 못한 부작용을 오랫동안 방임해 둔 탓으로, 갖가지 불합리한 모순·대립을 내재적으로 누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내재적 모순·대립이 밖으로 뛰쳐나와 사회의 분열과 계층간의 불화·알력을 첨예화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만약 일부 국민이 그러한 모순·대립을 제거한다는 명분 하 직접적인 폭력 행사를 불사하게 된다고 하면, 우리 국가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불안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갖가지 불합리한 요소의 제거가 국가의 건강 회복을 위해 매우 긴급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 불합리한 요소들이 단순한 강권 발동이나 폭력 충동의 노출만으로써 제거되리라고는 기대치 않는다. 모든 사회적 부조리의 해결은 오직 대화와 설득을 통해서만 비로소 원만히 해소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덮어놓고 주먹다짐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설령 그것이 평화적 해결에 대한 절망감·좌절감의 소치라 하더라도 법치국가로서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엄연한 범법 행위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오늘날 우리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이 일종의 내우외환에 처한 매우 중대한 국면임을 지적하면서 위정자도, 국민도 모든 불평·불만의 씨를 평화리에, 그리고 또한 신속하게 제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