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정상 겨누는 영국악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번 여름 처음으로 런던을 중심으로 하는 영국의 음악계와 유럽의 유수한 음악제의 하나인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음악제를 개막부터 10일간 볼 수 있어서 매우 다행한 일이었다. 한국악단에 널리 알려져 있는 미국독일 그리고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음악계는 나에게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으나 미지의 영국악단은 하나하나가 흥미로 왔고 주의 깊게 보였던게 사실이었다.
하계휴가 계절이지만 7월23일부터 개막된 BBC가 보내는 제77회 음악제는 1백년의 역사를 가진 로열·앨버트·홀에서 말러의 『교향곡 8번』을 콜린·데이비드의 지휘로 화려한 막을 올려 9월18일까지 약 2개월에 걸쳐 BBC교향악단, 스코틀랜드 교향악단, 레닌그라드·필하머니, 런던·필하머니, 런던 교향악단, 몬테베르디 관현악단, 뉴·필하머니 관문악단, 로열·필하머니 등 17개 오키스트러가 참가, 바하에서 슈토크하우젠까지의 폭넓은 레퍼터리로서 콜린·데이비드 벤저민·브리트 에리히·라인스도르프 레오폴드·스토코프스키 등 34명의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이름이 이목을 끌게 한다.
특히 8월19일 존·프리처드가 지휘하는 BBC교향악단과 BBC합창단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14번』과 벤저민·브리트의 『봄의 교향곡』은 오키스트러와 합창, 그리고 독창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음악적 경지를 맛보게 하여 나의 첫 인상을 매우 좋게 했다.
독일음악에서의 깊이와 미국적인 메커니즘과는 다른 다듬어진 형식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나는 이러한 훌륭한 하룻밤의 음악회를 들을 때마다 여러모로 어려운 여행을 한 대가를 찾고도 남음이 있는 것 같아서 흐뭇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다.
영국은 지금 음악적으로도 세계정상에의 기반을 구축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있다. 로열·페스티벌·홀을 비롯하여 엘리자베드·홀 퍼셀·홀 등 현대식의 훌륭한 음악회장을 20년 전에 이미 건립하여 템즈 강변에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려 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8월22일은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음악제가 개막되는 날이었다. 런던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걸려서 에딘버러에 도착했다. 장미와 잔디로 가꾼 아름다운 고도, 그 거리마다 페스티벌의 축하초롱이 장식 되어있고 상점마다 25주년 음악제라고 쇼·윈도를 꾸며 거리가 미어지도록 많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한층 더 설레게 했다.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이 베푼 개막연주회는 영국작곡가 3인의 작품을 택했으며 그것은 토머스·윌슨의 『티디엄』과 엘가의 『바이얼린·콘체르토』 그리고 윌리엄·월튼의 『벨자찰의 축제』였다. 엘가의『바이얼린·콘체르트』는 역시 영국인인 유디·메뉴인이 맡았다.
런던 교향악단, 런던·필하머니를 비롯하여 시카고 교향악단, 이스라엘 교향악단이 초청되고 기타 7개 교향악단이 중심이 되어 3주일 계속되는 이 음악제에는 바이얼린에 메뉴인 슈나이더한, 첼로에 푸르니에를 비롯하여 많은 세계적인 대가들이 대거 출연했다.
오페라는 베를린·오페라단에 의하여 모차르트의 『후궁에서의 도주』를, 라·스칼라 오페라단에 의하여 롯시니 작곡인 『체네렌토라』를, 스코틀랜드 국립 오페라가 바그너의 『발퀴레』를 상연했다.
질적·양적으로 세계 유수의 이 에딘버러 음악제는 이번 여행뿐만이 아니라 나의 몇 번 있었던 세계 여행 중에서 가장 즐겁고도 가치 있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개막 음악회가 끝나고 시장과 예술원원장이 베푸는 리셉션에 참석하여 그들과 담소하는 동안 음악가가 아닌 그들이 음악을 즐기고 아끼며 음악을 통해 격조 높은 사교를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사회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있었으면 하고 느꼈다.
나는 에딘버러에 적잖은 미련을 남기며 기차로 런던까지 6시간을 달리면서 창 밖으로 영화의 스크린처럼 비치는 아름다운 전원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 나라와 이모저모를 견주어도 보았다.
특히 지금 제3회를 맞이하는 서울 음악제의 개최를 앞두고 많은 어려움이 다시금 머리를 복잡하게 했으며 내 나름으로 새로운 발전적인 구상도 해보았다.
해가 질 날이 없다던 대영제국, 그들의 음악도 이제 기반을 굳혀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도약대에 오른 감이 있다.
엘가 브리튼 같은 세계적인 작곡가와 또 많은 연주가를 배출하기 위한 음악 교육도 잘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한영간의 음악교류가 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바라며 초청해준 주한 영 대사관에도 감사를 드린다. [구주 음악계를 돌아보고…조상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