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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작가 「말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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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죽음이 다가오면 모든 정열을 남에게 전해주고 싶어진다.』
프랑스의 노 작가 「앙드레·말로」는 그의 명작 『인간 조건』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소설은 1927년 중국 상해의 「4·12 쿠데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혁명이라는 절박한 현실에 직면하여 그 속에 뛰어들어 인간의 조건을 발견해 내는, 한 청년의 생생한 체험, 그리고 피어린 기록이다.
이보다 앞서 발표된 『정복자』도 역시 중국의 혁명을 다룬 소설이다. 1927년12월의 광동 혁명은 중국의 현대사에 중대한 전기를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말로」는 몸소 이들 역사의 현장에 뛰어들어 처절하고도 심각한 인간의 고뇌를 체험했었다. 바로 이런 「르포르타지」의 문학 정신이 그를 「행동 작가」로 만들었다.
그는 인간을 불안에서 구하는 것은 행동의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줄곧 인간의 강철같은 의지를 찬미하는 것은 그런 행동 문학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인간 행동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말로는 약관에 이미 「캄보디아」「정글」의 유적 탐험에 나섰으며, 인지 반도의 민족 해방 운동을 정신적으로 지원했었다. 1930연대 초에는 반 나치 저항 운동의 대장으로 『좁은 문』의 작가 「앙드레·지드」와 함께 동분서주했다. 말로가 스페인의 내란에 참가한 것은 1936년8월. 그는 국제 의용군 비행 대장으로 공화 정부의 공군을 리드, 부상까지 했다.
드골 장군과 말로와 역사적 회견은 1944년 알사스 전선에서 이루어졌다. 그때, 말로는 「알사스-로렌」부대의 지휘를 맡고 라인강의 작전에 참가했었다. 초연의 전진 속에서 드골 장군은 말로의 손을 붙잡고 『마침내 나는 인간을 만났다』고 독백한 말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는 행동을 넘어 작가로서도 형안을 갖고 있었다.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은 각자에게 토지를 주었다. 그러나 중국 혁명(1920연대)은 그들 각자에게 삶을 주었다. 여하한 서구의 세력도 미칠 수 없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말로는 이미 『정복자』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예언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그가 인류 비극의 현장에, 그 속에서 생존을 절규하는 인간의 곁으로 달려갔던 것은 행동 예술의 경지를 넘는 행동 인간에의 감동을 일깨운다.
최근 말로는 또다시 70 노경에서도 동「파키스탄」의 독립을 위한 의용군 지휘자로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백만명의 학살설이 파다한 이 비극의 현장! 말로는 지금 최후의 정열을 불태우고 싶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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