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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걸린 고급승용차수사|자진신고기간 설정의 안팎|수사 2개월만에 돌연 백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외제고급승용차 관세포탈사건을 수사해온 관세청은『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구속하겠다』던당초의 방침을 수사 2개월만에 돌연 백지화하고 『관세만 납부하면 모두 눈감아주겠다』는 『자진신고제』를 채택, 관세법상의 고발권과 통고처분권을 포기했다. 관세청은 15일하오 재무·법무·상공·내무·교통등 관계5부장관과 협의, 오는 20일부터 11월19일까지 2개월간을『자진신고기간』으로 정하고 이기간안에 신고한 관세포탈승용차와 중기에대해서는 현소유주의 선의취득·악의취득을 구별하지않고 모두 관세(물뭄세포함)만을 추징, 일체의 책임을 묻지않고 합법화시켜주기로 결정했다.
관세청은 이와같은 「자진신고기간」을 설정하게된이유로 ①부정의제차량은 대부분 중간 「브로커」의 면장위조등 부정한 방법으로등록되어 현취득자는 거의 선의 취득자며 ②5백여대로 추정되는 관세포탈차량을 모두 압수, 최종 판결때까지 약1년이 지나게되면 차량은 모두 폐차에가까와지므로 국가자원의 손실이되고 ③이를 현실화시키면 관세수입 약15억원의세수가 증대되고 ④이번신고로 위조할수없는 정교한통관표지를 모든 차량에부착하게함으로써 앞으로 부정차량의 운행을 막을수있는 점 등을 들고있다.
그러나 관세포탈 승용차를 정상통관차로알고 싯가대로 속아 구입한 선의취득자에 대해서는 「자진신고기간」이 없어도 관세추정이상의 책임을 물을수 없는만큼 관세청이 실시하기로한「자진신고제」는 결국관세를 포탈할 목적으로, 혹은 관세포탈차량임을 알고헐값으로 구입한 악의취득자들을 구제하기위한 조치로 밖에 해석될수없다.
더구나『일부 군납건설업회사 간부급과 정치·경제등 사회각계에 널려있는부유층의 악의취득자룰 모두구속한다면 사회적으로 큰혼란이 일어나지않겠느냐』는 이택규관세청장의 말과『이미 구속한 삼안산업예철상부사장등 그동안 입건한 사건고차 자진신고제의혜택을 적용할 방침』이라는 관세청의 방침이고보면「자진신고제」실시가 악의취득자들에게 특혜를 주기위한 방편이라는 인상을짙게해주고 있다.
이같은 말썽을두고 이관세청장은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각계로부터 압력을받았다는 소문을 부인했으나『「자진신고제」가 부유층의 사치풍조와 준법정신결여에 일침을 가하려는 당초의 방침에서 크게 빗나가는 것』만은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때문에 관계5부장관과 협의,동의를받은것』이라고 해명했다.
관세청이 고급의제승용차관세포탈사건에 손을댄것은 지난7월중순, 자동차「브로커」에대한 수사를 하다가 시작된것으로알려지고있다.
그동안 관세청은 7명구속, 29명을 입건하는한편 승용차26대, 반「트럭」32대, 중기10대등 모두68대를 압수하고 박명주등 20여명의 「브로커」를 지명수배했으며 인천·부산등 각세관별로 활발한 수사를 펴왔었다.
그러다가 K모·M모씨등 국회의원과 국내유수의 기업가들이 모두이사건에 관련되자 돌연 수사를 주춤한것이다.
고급승용차나 중기등 탈세사건은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건설군납업자가 초청계약자인 외국상사가 면세로들여온 승용차와 중기를계약기간이 끝난다음 세관장의허가를 얻어 관세룰납부하지않고 몰래 싼값으로구입임하는것이 첫째방법이다.
이들은 버젓이 승용차를타고 다니면서도 아직공사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고 소유주는 엄연히 초청계약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교묘한 방법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한외교관이나 미군및 군속들이 면세로 들여와 쓰던 차를 헐값으로사들여 관세를 포탈하는방법이있다. 이들 차량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주지않으면 그냥 버리고 갈수밖에 없은 것들인데 고급승용차사치병에걸린부유층들이다투어 사는 한심한 실정이다.
세째는 부관「페리」편으로 들어온 일제승용차가6개월 체재기간을 넘기고 그냥눌러앉아 있는경우다. 이경우는 거의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능한 길중의 하나다.
이와같은 「루트」를통해흘러나온 관세포탈부정차량은 각시·도관계직원과짠「브로커」들이 위조면장으로등록, 「넘버」를 얻어 버젓이 굴러다니고 있으며 일부는 초청계약자들이 사용한 4「대쉬」「넘버」를그냥달고 수개월동안 운행해온것도 있었다.
부산시청시민과 관계직원들이 부정수법으로 이같은탈세차량을 합법화시켜준것만도 60여대에이르고있다.
관세를 포탈한 외제고급승용차를 부유층들이 타고다닌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는데 뒤늦게나마 바로잡겠고나선 관세청이 수사막바지에 들어서자 갑자기부정행위를 돈을받고 눈감아주는식의 「자진신고제」라는편법을 쓴것은 서경쇄신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비난을받고있다.
관세청의 이같은 조치에대해 한승태변호사는 『부유층의 불법을 이런식으로눈감아준다면정부는 어떻게일반국민에게 준법을 호소할수있겠는가·관세징수로그친다는것은 당국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또한 법조인들은『정부가만민에 법을 평등하게 적용해야한다. 누구는 풀어주고 누구는 처벌한다면 약한백성은 누굴믿고 살겠는가』고 반문했으며 각계에서도 『국가권력이 특권층의부당한 이익을 비호하고호화판차를 구입하는 한심스러운정신상태를 집권층이감싸고 나설때 최근의 갖가지 난동과 같은 걷잡을수없는 사태가 벌어질까우려된다』고 말하고있다. <김영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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