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문제 국민 의혹 없게" 침묵 깨고 정국돌파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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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3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다. 박 대통령의 이 회의 주재는 지난 9월 30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야당의 파상 공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철저한 조사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불편부당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재발 방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런 일련의 의혹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한민국의 선거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자신의 관련 의혹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논란을 마무리 짓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녹아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혼란을 매듭짓고 2일부터 시작되는 유럽 순방을 계기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한 것이란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실 규명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를 동시에 약속했다. 역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한 정홍원 총리의 대국민 담화(10월 28일)가 나온 지 사흘 만이다. 특히 지난 대선을 불법선거로 규정한 민주당의 전방위 공세 속에 치러진 재·보선(10월 30일)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것도 박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요인이 됐다. ‘댓글 정국’에서 자연스레 ‘민생 정국’으로 전환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 것이다.

 박 대통령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어느 누구도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할 수 없을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된 나라”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권이 미리 재단하고 정치적인 의도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야당을 겨냥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나온 발언이란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의 협력을 거듭 당부했다. “여전히 과거의 정치적 이슈에 묶여서 시급한 국정현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다”며 “경제회복의 온기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박명호(정치학) 교수는 “그동안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돼 온 데 대해 대통령이 답한 것”이라며 “재·보선에서 크게 이긴 데다 순방을 앞둔 상황에서 그동안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스스로의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과는커녕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었다”(배재정 대변인)고 혹평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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