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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중국 대만원주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로스앤젤레스·타임스=본사특약】1천2백만 대만 원주민들은 중화민국이 곧 중공에 「유엔」의석을 빼앗길지도 모를 전망에 대해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이들에게는 올 가을의 「유엔」중국대표권 토의와 그 결과는 장개석 정권에 대한 이들의 불만에 대해 세계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단이기도 하다.
『만일 대만이 「유엔」중국대표권을 상실하고 중공이 대신 「유엔」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대만정부는 전체중국을 대표하는 정부라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며, 또 이 말을 대만정부에서의 원주민 배제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을 수도 없을 것이다』고 저명한 어느 대만 원주민이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우리 대만 원주민들은 이런 이야기를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그는 짐짓 입을 벌리고 싱긋이 웃다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을 흉내내며 주위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대만의 현상이 「유엔」중국대표권 문제로 해서 실지로 크게 변모할지는 앞으로 두고 보아야할 일이다.
그러나 해외에 있는 대만독립 지지자들은 외국 특히 미국에서 여론을 형성하는데서 이 문제를 이용할 수는 있다.
미·중공 긴장완화로 인한 「유엔」에서의 중국대표권문제 토의와 그것으로 인한 중화민국의 법적 지위가 전면적으로 변동하게되면 대만인구의 85%를 점하는 원주민을 위한 협상의 입장은 호전될 것이라고 희망적인 관측을 하는 원주민의 지도자들도 있다.
원주민 지도자들이 원하는 것은 장개석 정권에 대한 파문이다. 그들은 또 북평의 공산정권에 대해서도 파문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평정권은 대만을 중공의 1개성으로 주장하며 대만의 「독립운동」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의사에 의한 국민투표로 대만문제를 민족자결하기를 원한다.』원주민중의 어느 교원은 이렇게 말했다. 『만일 원주민들이 대만정부를 지배하게되면 산업은 더욱 번창하고 부패와 과중한 담세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군 병력도 줄일 수 있고 따라서 국민의 부담도 줄어들고 원주민들을 괴롭히는 경찰과 첩보원들에게서 벗어날 수도 있다.』
원주민과 본토인간의 반목은 본토인들이 대만으로 도피해온 이래 한번도 해소된 적이 없었다. 그 반목이 극도에 달하기는 1947년이었는데, 당시 군대에 의한 유혈탄압으로 진압된 적이 있다.
양자는 인종적으로는 한족이다. 다만 원주민의 일부만이 비 한족이다. 원주민들은 오래 전 본토 남부해안으로부터의 이민의 후예들이다.
언어나 문화상의 차이는 접촉으로 극복되어 갔다. 학교는 모두 통합되었고 상호간의 결혼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소외감은 남아있다.
본토인들은 도시에 집중되어 중앙정부나 군대·대학에 종사하고 있다.
반면 대만원주민들은 주로 농촌에 살면서 농·상업이나 지방관청에서 일을 보고있다.
번영 일로의 대만경제는 본토인이나 원주민에게 다같이 혜택을 주고있으며 높아 가는 생활수준으로 하여 대만의 자립운동이 힘을 잃고있다. 원래 대만의 독립운동이란 것도 모든 점에서 취약하고 비능률적이었지만-.
그러나 지도적인 대만원주민들은 장 총통이 20년 전 본토에서 옮겨온 본토인체제에 비해 미미한 원주민들의 역할에 불평을 하고있다.
원주민들은 시나 지방관서에서 일자리는 있지만 중앙당이나 중앙정부에서는 이렇다할 세력을 차지하지 못하고있다.
예를 들면 국민당 중앙위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원주민이 의석을 가진 것은 불과 전체의 10%뿐이다. 또한 내각이나 외교분야도 거의 비슷하다.
의회에서는 원주민에 의석이 할당된 것은 대만성뿐이고, 지금 중공이 22년간 지배하고 있는 본토의 여러 성을 대표하는 본토인물이 의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있다.
그러나 40연대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총선거이래 본토인의원들의 태반이 사망했거나 노쇠하여 활동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사정으로 의석은 수년 전 3분의 1로 수정되어야 했다. 원래의원들의 임기가 6년이었으나 지금까지 총통 령에 의해 연장되었고 이를 사법부가 추인 하여 지금까지 계속되고있는 형편이다. 이같이 본토인들이 중앙정부를 주름잡아 온 것은 장 정권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이며 언젠가는 권토중래 할 것이라는 이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중공이 「유엔」에 가입됨으로써 무너질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되면 현 장 정부는 중국의 정부가 아니라 지난 22년간 통치해온 대만의 정부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태발전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원주민의 정치적·경제적 역할을 중대시할 것이다. 결국 원주민을 전폭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대만정부에 강력한 반공보루를 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만인들은 본토로부터 떨어진 국외자일뿐더러 본토는 그들이 증오하는 공산주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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