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거부권땐 盧정부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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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특검법 수정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은 4일 "청와대의 여야 중진회담이 특검법 수정을 위한 것이라면 만나지 않겠다"며 타협 불가를 거듭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여권 내부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 논의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朴대행은 "김대중 정권의 여소야대 국회에서 수많은 법안이 통과됐지만 거부권의 '거'자도 나온 적이 없다"며 "지난 14년간 한번도 없었던 거부권 얘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발상 자체를 이해 못하겠다"고 쏴붙였다.

그러면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우리는 盧정권을 거부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영일(金榮馹)총장은 "盧대통령이 金전대통령의 정치적 양자로서 개인적 정리에 연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朴대행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정(與野政)의 청와대 회동에서 특검문제를 거론할 여지를 뒀다.

그는 모 라디오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경제와 민생을 위해 청와대에서 오라면 갈 것"이라며 "거기서 경제 얘기를 하다 특검 얘기가 나오면 특검의 정당성과 거부권의 부당성을 충분히 납득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盧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이 재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김원기(金元基)고문은 "여야 협의를 통해 국가적 부작용이 없도록 인내와 토론이 필요하며 중진회동은 특검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제 현안문제 등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이 거부권은 절대 안된다고 하는 것도 어폐가 있지만, 우리 당도 당론으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것은 또 하나의 불씨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은 '조건부 거부권'행사를 언급했다.

그는 "현재의 특검법안에 대해선 일단 거부권을 행사한 후 여야 협상을 거쳐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특검에 반대하는 구주류의 반발을 무마하면서도 한나라당에 재협상을 압박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정민.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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