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남북악수…수행원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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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판문점=임시취재반】파견 원들은 이제 구면이 되었다. 30일 낮 12시 세 번째로 만나는 자리에선 서슴없이『신임장교환은 그만둡시다』고 말을 건네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었다. 파견 원들은 자연스러운 몸가짐으로 예정된 문서를 주고받았으며 회의장 안의 분위기는 사무적인 인상마저 풍긴 채 8분간 대화를 나눴다. 회담 장 안팎은 비교적 조용했는데 북괴의 평양방송이 이날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실황 중계했다.

<회의장 주변>
판문점에는 상오 10시55분 양측 보도진이 도착했다. 세 번째로 만나는 보도진들은 파견 원의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 담배를 나누어 피워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뤘다. 회의장에는 8명의 북괴기자들이 먼저 입장했는데 이날 북괴평양방송이 나와 우리 TBC, KBS, MBC DBS등의 방송 중계에 끼여 처음으로 실황을 중계했다.
회의장은 전과같이 장방형탁자에 4개의 재떨이가 놓였다.
세 번째 만나는 자리에선 양측 수행원들끼리 처음으로 약 3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11시25분 대한적십자사수행원 민병량·박영희씨가 회의장안에서 북한측 수행원 최성진·김창걸과 마주쳤다.
먼저 박영희씨가 악수를 청하고『지난번 때 인사하려고 했는데 무엇이 그리 바빠 그냥 나갔습니까, 서로 알고 지냅시다. 최성진씨가 누 굽니까』고 묻자 최가『내가 최성진 입니다』고 대답했다. (이때 양쪽 수행원 서로 악수)
최 는 이어 박씨를 보고『당신이름은 무엇입니까』고 두 번이나 물었다.
이때 민씨가『나는 민병량 입니다』고 말하고 이어 박씨가 최 를 보고『지난번회의 때 악수하려고 했는데 당신은 무엇이 바빠 그냥 나갔습니까』고 또 한번 묻자 최 는『준비한다고 바빴습니다. 지난번에는 두 번이나 손을 흔들었습니다』고 말했다.
박씨는『우리는 실무자인데 실무자의 임무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 협조해 잘합시다』고 말했다.
최 는『적십자 깃발을 좀 벌여 놉시다』고 말해 박씨는『좋습니다』고 대답, 깃발을 벌여 놓았다. 이어 민씨가『그럼 또 만납시다』고 말했는데 이때가 11시28분이었다.

<회 의>
세 번째 만나는 파견 원들은 낯익은 얼굴로 처음부터 자연스런 대화가 교환됐다.
이날 회의장에는 북한적십자 측 파견원 서·염 두 사람이 30초쯤 먼저 들어섰으며 대한적십자사의 이·윤 두 파견 원이 뒤이어 입장했는데 이씨가 먼저 손을 내밀면서『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3번째 만나는 것이니 신임장은 생략합시다』고 말을 건넸고 북 적의 서 파견 원이 선 듯 여기에 동의하여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대한적십자사의 파견 원 이씨가 낚시 이야기로 회담의 결실을 비유하자 북 적의 서·염 두 파견 원은 머루와 다래 등 고향이야기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
이씨가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제일 높은 고층건물의「스카이·라운지」로 초청하겠다고 말을 건네자 서·염 두 사람은『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면서 검은 가방에서 문서를 꺼내 수교했다.
북한적십자의 서·염 두 파견 원은 시종 호칭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 우리 정식명칭대로 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창렬씨는 우리가「북한 적십자」로 부르는 것을 양해하라고 응수했다.
회의장은 파견 원들이 입장직 후 한때 혼잡, 파견 원들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윤여훈 여사가 한두 번 뒤를 돌아다보며『왜 이리 시끄러우냐』고 말하기도 했다.
북 적 대표들은 문서를 우리측에 넘기자 또 만나자 며 총총히 일어서 북쪽 문으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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