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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교통난 환승터미널로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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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후 8시 서울 성수대교~구룡터널~성남시로 이어지는 강남 언주로의 매봉터널 부근. 퇴근길 정체로 주차장으로 변했지만 운전자들은 항상 그래왔다는 듯이 담담하다.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의 번호판은 대부분 '경기'로 시작한다.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분당.성남.수지.용인 등 강남 인근 신도시로 귀가하는 사람들이다. 같은 시각 강남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강남대로.영동대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남구 도로의 차량 평균 통행 시속은 14㎞. 러시아워에는 10㎞까지 떨어진다. 서울 전체의 평균 시속 22.9㎞ 보다 훨씬 느리다. 최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주민들의 42%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수지의 경우 승용차 의존도가 97%에 이르며 구성.마북도 76%나 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 구성.판교 신도시 개발이 마무리되는 6~7년 뒤에는 강남구내 차량 평균 시속이 7㎞까지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강남구가 4일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를 위해 대형 환승터미널을 설치하고 강남과 신도시를 직행하는 버스노선을 확충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강남교통 비전 21'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강남구는 지난달 20일 홍콩의 도시철도.교통 전문가를 초청해 자문을 구했다.

◇수서역 등에 환승터미널=강남구는 수서역과 개포3단지 등 4곳에 대형 환승터미널을 마련해 대중교통을 이용토록 유도하고 차량의 도심 진입을 최대한 줄일 계획이다.

환승터미널은 강남과 신도시를 오가는 직행버스와 도심으로 진입하는 지하철 2, 3호선.분당선, 마을버스, 시내버스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그동안 신도시를 운행해온 광역좌석버스의 경우 여러 정류장을 거쳐야하므로 불편해 승객이 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강남구는 신도시에서 강남지역까지 모두 3곳 정도에만 정차하는 직행버스를 직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익이 나는 곳에만 노선이 집중돼 있어 강남구내 남북간 통행에 불편이 많은 마을버스도 단계적으로 공영제를 도입해 구가 직접 관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안으로 지역을 순환하는 모노레일 건설 계획서를 서울시에 제출해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선릉로에 대중교통 전용로=구는 교통수요 억제를 위해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를 '차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갤러리아 백화점~학동사거리에 이르는 선릉로 일부를 대중교통 전용로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중교통 전용로는 버스.택시 이외의 자가용 차량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현재 홍콩 등 외국 대도시 번화가에서 '트랜짓 몰(transit mall)'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는 대중교통 전용로가 교통체증 해소 뿐 아니라 보행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행속도 20㎞까지=현재 강남구을 오가는 사람들의 대중교통 이용율은 48% 수준이다. 구는 '강남교통 비전 21'이 정착하면 대중교통 이용율이 75%까지 늘어나 차량 평균 시속도 20㎞까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남구 주영길(周永吉)교통행정과장은 "신도시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강남지역 교통난을 해소하려면 수도권 통근 주민들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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