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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철새 만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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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태관광 일 번지 순천만에는 청둥오리를 비롯한 다양한 겨울철새가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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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 노니는 생태관광 일번지, 순천만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해양 생태습지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22㎢의 갈대밭, 그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유려한 탐방로와 물길에 비친 해 질 녘 풍경…. 우리나라 생태관광 일번지로 꼽히는 전남 순천 순천만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람의 힘이 합쳐 생태관광 탐방문화를 성공리에 정착시킨 걸작품이다.

순천시가 습지 살리기에 나선 건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 생태계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새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전 세계 1만여 마리에 불과한 겨울 철새 흑두루미도 드물게 둥지를 틀었다. 천연기념물 제 228호인 흑두루미는 일반 두루미보다 키가 작다. 검은 색 몸체에 목 윗부분은 희고 아랫부분은 회색이다. 눈앞과 이마엔 검고 붉은 얼룩 무늬가 있어 다른 두루미들보다 화려하면서도 품위가 있다.

순천시는 흑두루미 1000마리가 찾는 ‘천학(千鶴)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2007년부터 전신주 200여 개를 옮기고 논에 낟알을 뿌리며 보다 노력했다. 습지 주변은 차량은 물론 자전거 출입까지 금했다. 덕분에 겨울이면 순천만 대대포구 갈대밭은 흑두루미뿐 아니라 전국 사진작가와 조류학자가 몰려드는 아지트가 됐다.

시베리아에 사는 흑두루미가 순천만을 찾는 건 보통 1월께다. 갯벌과 갈대 군락을 돌아보며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 체험선이 오전 9시경부터 2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생태탐조투어버스도 하루 한 번 운행한다. 월요일은 쉰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 061-749-4007.

2 먹이를 뺏으려고 독수리를 공격하는 흰꼬리수리(위). 3 서울에서도 가장 많은 철새가 찾는 여의도 밤섬. 4 부산 을숙도에 잠시 터를 잡은 고니와 청둥오리떼.

#독수리·두루미 동시에 만나는 철원평야

새하얀 설원에서 수려한 자태의 두루미가 맹금류 독수리와 어울린다. 멸종위기를 맞은 천연기념물 203호 재두루미도 함께 보인다. 이맘때면 강원도 철원 철원평야에선 이런 일이 그저 일상이다.

두루미는 10월 하순 이곳에 와서 다음해 3월 하순 돌아간다. 독수리는 대개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머물다 간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통 중심으로 철새가 모인다.

민통선 안이어서 탐조여행이 쉽진 않다. 고석정에서 출발해 철원두루미관을 거쳐 가는 안보투어 셔틀버스가 오전 9시 30분부터 하루 4회 운영된다. 화요일은 쉰다. 예약 필수 디엠젯관광 033-455-8275. 평일에는 개인 차량으로도 같은 시간 견학 가능하다. 견학당일 신분증 지참하고 출발시간 15분 전까지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에서 출입증을 받아 출발하면 된다. 033-450-5559.

한국조류보호협회에서 운영하는 철원자연생태학교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독수리와 쇠기러기·재두루미·두루미를 중심으로 탐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가일 10일 전까지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033-455-8181.

5 일렬로 순천만 상공을 날아가는 큰고니.

#쓰레기섬에서 철새 낙원으로, 을숙도

한때 ‘쓰레기섬’으로 전락했던 부산 을숙도도 ‘철새 낙원’이란 명성을 되찾았다. 을숙도는 낙동강 하류, 물살에 쓸려온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263만㎡ 크기 모래섬이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구간이어서 플랑크톤 등 새들의 먹잇감이 많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 해 100만 마리가 날아드는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로 불렸다. 그러나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완공되고 90년대부터 생활폐기물?분뇨 등을 버리는 섬으로 전락하면서 철새의 발길이 뚝 끊겼다.

2003년부터 부산시는 을숙도 살리기에 나섰다. 쓰레기장을 습지로 바꾸고 나무 20만 그루를 심어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이제 겨울이면 희귀종인 제비물떼새와 재두루미·저어새 등 갈수록 많은 철새가 낙동강 하구로 날아들고 있다. 탐방로를 걸으며 철새를 볼 수 있는 을숙도철새공원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된다. 11월 16일과 24일, 12월 15일과 28일에는 해설이 있는 탐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홈페이지(wetland.busan.go.kr)에서 예약해야 한다.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051-209-2031.

#도심 한복판서 철새 만나는 한강

서울에서도 철새를 볼 수 있다. 한강 시민공원 주변은 대부분 철새 관찰이 가능하다. 흰꼬리수리·참수리·큰기러기 등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을 비롯한 100여 종 겨울 철새가 한강을 찾는다.

가장 많은 철새가 찾는 밤섬에는 참매·말똥가리 등이, 광나루한강공원~암사생태공원 일대는 참수리·흰꼬리수리·황조롱이 등 육식성 조류가, 이촌한강공원~중랑천 합류부 구간은 원앙·비오리 무리가 주로 나타난다. 강서습지생태공원과 난지한강공원의 조류 전망대에서도 V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11월부터 겨울 철새가 날아오는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기는 1월이다.

고배율 망원경이 설치된 밤섬조망대는 12월부터 2월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강서습지생태공원과 난지생태습지원 등 한강유역 생태공원에서는 연중 생태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강사업본부 hangang.seoul.go.kr, 02-120. 밤섬 일대 철새를 돌아보는 수상택시는 12월~2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항한다. 1588-3960.

글=나원정·홍지연 기자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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