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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고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탈리아」인들은 엄격하고 수줍어하는 중세풍의 생활태도로 여성해방,성의 자유등 어리둥절할 정의 급변하는 사회에도 살구 있다. 변화는 반세기동안의 전통에 묻혀온 남부에서 더욱 극적이다. 그들은 지금 이혼을 합법화하고도「핫·팬츠」를 딸들이 못 입게 하고, 긴 머리의「히피」대학생들이 결혼상대자의 처녀성을 필수조건으로 든다.
한 마디로「이탈리아」사회는 극심한 양극화현상을 빚고 있다. 신·구의 생활방식은 사람마다, 또는 같은 사람에 있어서까지도 갈등을 빚고 있다.「이탈리아」를 휩쓰는 변화의 급속성은 평범한 관찰자에게도 훤히 보일 정도다. 4년전만해도「미니·스커트」관광객은 육년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분개한 노파들의 욕을 먹기가 일쑤였으며, 심지어는 외설죄로 체포되기도 했지만, 오늘날의 많은「이탈리아」처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짧은「스커트」를 입고 다닌다.
몇년 전만 해도 신기했던 나체나 성은 오늘날 영화마다 책방마다 범람한다. 5년전 이혼법을 제출한 의원이 미친사람으로 취급당했으나 오늘날 재혼은 합법화했고, 40년간 금지되었던 피임에 관한 정보교환이 자유로와졌으며 낙태의 합법화가 추진중이다. 부인은 남편의 부속품이란 전통적 가족체제도 수정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서적·신문·영화· TV· 관광객· 외국여행등을 통한 구미선진국의 영향도 있지만,그보다도「이탈리아」가 지중해의 낙후한 농업국에서 선진의 산업국으로 번영해가는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북쪽의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조용히 진척되고 있으나 남부에서는 가끔 심한 후유증을 빚기도 한다.
아직도 남부「이탈리아」에서는 구세대들에게 옷을 벗고 해수욕을 한다는 것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따라서 「비키니」,「미니· 스커트」,「핫·팬츠」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임은 당연하다. 10년전에「시칠냐」의 청년과 처녀가 보호자없이 어디를 가는 것은「스캔들」이 됐지만 오늘날 그들은 한적한 산중을 마음대로 여행한다.
그렇지만「로마」나「밀라느」와는 달라서 남부「이탈리아」에서는 처녀성은 결혼의 필수조건이며, 남자에게 납치당했던 여자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 남자와 결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때때로 이 방법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하는데 부모의 동의를 얻기위해 쓰여지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기위해 많이 이용된다.
오늘날 결혼에 있어서의 이 명예제도는 「팔러모」지방의 경우 2천쌍에 1쌍정도로 나타나고있다.
「이탈러아」는 가족의 영향력이 특히 강하다. 신부나 신랑을 고르는 경우는 거의 절대적이다. 딸에 대한 통제는 영국의 경우에 비할 바가 아닐만큼 엄격하다. 구세대의 가부장적 가족제도는 많이 퇴색하고 있지만 결혼하기전의 별거는 엄격히 금지되고 집을 떠나서 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귀가시간이 늦을 때는 반드시 전화를 해야하며 할머니가 싫어하면 일요일의 외출도 하지 못한다.
여성의 지위도 점점 변화하고 있으나 그 속도는 늦다. 직장진출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으며「스프츠」나 사회활동은 극히 제한을 받고있다. 어두운데 혼자 다니는 것은 금기로 되어있으며 남편없이 「파티」에 참석할 수 없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교인이 점점 줄고있다. 교회가 부도덕, 물질주의,「미니·스커트」,「누드」,「핫·팬츠」등의 추방에 나서고 성을 등장시키는 신문,「라디오」,영화를 공격하며 이혼,피임,낙태등의 반대「캠페인」에 나서고 있으나 젊은 세대는 교회를 외면하고 그 영향력은 쇠퇴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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