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불황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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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왜 이렇게 어려울까. 괜찮은 업직이 한둘 있다고는 하지만 대다수 업직과 기업들이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황의 원인은 원인과 근원의 두가지 측면으로 규명해야 할 것이다.전자 즉 우리 나라에 특유한 기업환경내지경영여건에서 도출되는 근원적,욱조적인 불황원인에 대한 규명은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우선 단기적인 요인으로서의 근원만을 추려보면-.
지금 거의 전체산업계가 불황에 빠져있는 최대원인은 뭐니뭐니해도 2년째 계속되는 정부의 긴축정책 때문이다.69년11월「긴축」이 선언되면서부터 모든 기업에는 극심한 자금난과 함께 불황이 닥쳐왔다.70년도의 불황은 69년의 GNP실질성장율15.9%가 8.7%로 급강하한 사실로 입증되고 남는다.
기업들은 선거에 기대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허사였다.「긴축」을 완화하지도 않았지만 갈증이 워낙 심했기때문에 웬만해서는 완화라는 표현이 통하지않는 형편이 됐다.
결국 작금의 불황은 2년째로 접어든 「긴축」을 줄기로 해서 여기에 지난해 불황의 상처가 가지(枝) 로 추가됨으로써 한층 더 심각해졌다고 할 수있다.
「긴축」이라는 불황원인의 큰 줄기에는 이밖에도 많은 가지가 생겨났다.
여건변화는 주로 불황을 가속화 할만한 것들뿐이었다.
우선 노임이 올랐다.제품출하가격의 현실화 여부와는 관계없이,그리고 지난해의 호·불황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기업이 최근 4,5년간 연례행사처럼 임금인상을 단행했다.인상폭은 대체로 예년보단 낮은편이었다곤하나 조사된 바로는 20%선이 압도적이었다.직유업계에서도 불황의 정도가 가장 심하다는 소모방업체,화섬,그리고 청량음료업계중 대「메이커」들이 연초에 평균 20%가량씩 올렸으며 제약업체에서 동아제약은 약간 높아 23%,건설업계는 전반적으로 22%,건설업계는 「메이커」들은 최고 30%까지 올렸다.
변동이 없는 업종은 PVC하나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만성적인 적자업체인 석공에서까지도 20%를 인상했다.
다음에는 물가상승이다.
노임인상이 불가피한 것도 결국 물가상승때문이지만 물가상승은 기업제조원가에 큰 부담이된다.「스태그플레이션」(침체속의「인플레」)이라는 말이 어느새 우리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용어가 돼버렸지만사실 지난해에 물가는 근래에 드물게 보는 상승추세였다.
여기에 환솔이 올랐다.수입원료재에 대한 의존도가 일반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환솔상승은 즉각「코스트·푸쉬」요인으로 귀결된다.지난 2O일 상공부가 기름값21% 인상조치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부터 금년 5월까지 환솔은 5.8%가 올랐다.이에 겹쳐 6월28일에는 일시에 12.98%가 올랐으니까 결국 1년반 동안에 환솔은 약 2O%가 오른 셈이 된다.
특히 6·28인상조치의 여파는 큰 것이어서 거의 모든 기업이 막대한 외채원리금부담증가와 동시에 원가고에 직면하게됐다.관계당국조사에 의하면 합판이 8.1%로 가장 높은 것을 비롯해서 화직7.8%, 제분7.4%, 고무제품6.9%, 정유5.3%, 제강4.9%, 면방4.1%, 제당4.2%등이며 맥주도 0.25%정도의 원가고압력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과 물가, 그리고 환솔상승등 세가지는 거의 모든 업직에 공통된 원가고요인이고 이밖에도 업종에 따라서는 원료의 국제시세앙등이 원가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제당업계의 원당이 그 좋은 예이며 기름값의 파격적인 인상구실을 만들어 준 원유값상승 역시 그에 속한다.
아뭏든 이러한 여러가지 요인때문에 생긴 원정고부담은 대충 10%이상 15%수준. 화섬·소모방·청량음료등이 15%로 가장 높고 기타 자동차·「시멘트」·전기기기 등은 10%선이다. 제약업계 역시 종근당을 비롯,대체로 10%라고 하지만 동아제약은 7∼8%라고 밝히고있다.
물론 이상은 최근의 기름값21%·석탄값15%인상을 전혀 계산에 넣지않은 것이다.
특히 기름값의 인상은 6월2일의 1차인상이 그랬던 것처럼 발전을 비롯, 모든 산업에 원가고를 유발할것이다.지난 6월2일의 19.5%인상이 가져오는 주요공산품의 제조원가 상승부담만해도 「시멘트」1.2%,판유리1.85%,비료1.1%, 발전4%등이었는데 2차로 21%가 인상됨으로써 「시멘트」1.5%, 판유리2.2%,비료4%,발전4.7%가 추가됐다.이 기름값 인상을 도화선으로 최근에는 전기요금과 철도화물운임 인상문제가 거론되고 있으며 여기에「닉슨」조처가 유발한 국제경제전반의 동요와,특히 일본의 원화평가절상이 초래할 수입품가격의 앙등 경향등 기업의 전도에는 불황을 가속화할 어두운 요소만이 늘어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누적된 원가고가정부의 규제, 또는 업계의 내재적인 여건(예=과당경쟁) 때문에 제품판매가격에 반영되지 못한것이 곧 불황의 근원이라고 할 수있다.물론 원가고의 일부는 경영합리화로 「커버」되어야 하겠으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이상은 공급측면에서 본 불황요인이고 수요측의 요인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즉 소비「패턴」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어느 재계인사는 선거 후 각계에서 벌이고있는 쟁화「캠페인」이 은연중 국민의 소비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것이 기업경영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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