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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톡옵션은 생명수당 … 이런 보상 없이 누가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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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스톡옵션은 보너스가 아니다. 청춘을 바쳐 벤처에 뛰어든 사람에게 주는 위험수당, 아니 생명수당이다.”

  26일 경기도 광주 소재 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만난 황철주(54·사진) 대표는 스톡옵션 규제 완화 없이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가 붐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국내 제조업 ‘벤처 1세대’인 황 대표는 지난 3월 박근혜정부의 초대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올 5월 발표된 정부의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에 대해 스톡옵션 관련 규제 완화가 없었던 점을 가장 아쉽게 생각했다. 황 대표는 “스톡옵션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지원 일색인 벤처 대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스톡옵션도 소득인데 합당한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지 않나.

 “바로 그런 인식이 우리나라를 창조경제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무슨 얘긴가.

 “공무원이 스톡옵션을 받나, 판검사가 스톡옵션을 받나.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사람에게 그런 건 필요 없다. 벤처기업에 자기 청춘, 자기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이 받는 게 스톡옵션이다. 그 스톡옵션은 휴짓조각이 되기도, 큰 돈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소득 개념과 다르다. 스톡옵션은 특수부대원들이 받는 생명수당처럼 봐야 한다. 이런 보상 없이 누가 가겠나.”

스톡옵션 규제 안 풀면 반쪽 벤처 대책

 -스톡옵션만 활성화되면 창조경제 붐이 일 것으로 보나.

 “물론 스톡옵션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선 규제를 대폭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혜는 아닌가.

 “이제 막 시작한 신생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기업만큼의 연봉과 근로환경 등을 보장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이 망하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이런 기업 환경에서 스톡옵션은 한 인재가 자신의 황금기를 벤처기업에 쏟아부을 수 있게끔 하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리스크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황 대표는 “스톡옵션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색안경부터 끼고 세금을 매기는 건 기본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지원’ 일색인 벤처 정책은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새누리당 창조경제 일자리창출특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소속돼 있다.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역시 인재가 중요하다고 보나.

 “물론이다. 한데 왜 우수 인재가 우리 벤처기업에는 안 오느냐고 한탄하는 기업인들의 자세는 현실적이지 않다.”

핵심 인력 한시적 이직 제한제 도입을

 -왜 그런가.

 “인력은 딱 그 회사 수준, 아니 그 회사 수준보다 약간 낮은 사람이 오게 돼 있다. 이 인력을 인재로 키우는 건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이렇게 키운 인재를 그 회사에서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게 진짜 창조경제의 기본 중 기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처럼 인력을 키우고 기술을 개발하면 경쟁업체가 빼가는 현실에선 벤처기업이 올바르게 커갈 수 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기업이 ‘창조’할 수 있게 하려면 이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

 -핵심 기술 인력의 장기 근속이 필요하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스톡옵션도 큰 도움이 된다. 또 하나, ‘프로 엔지니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 그게 뭔가.

 “벤처판 FA(자유계약선수) 제도다. 지금 프로 운동선수들에게 FA 제도를 운영해 일정 계약기간 동안 구단 이동에 제한을 두듯 기업에도 이를 적용하자는 취지다. 이때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인정한 특정 분야의 인재는 그에 따르는 명예와 혜택을 제공하되, FA제도처럼 일정 기간 동안 이직을 제한하는 것이다. ”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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