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팔 때 세금 내는 '인센티브 스톡옵션'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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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나친 스톡옵션 규제에 대해 벤처업계의 불만이 팽배하다. 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정부와 벤처업계 간 줄다리기도 팽팽하다. 스톡옵션 규제 완화가 왜 필요한 것인지 현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무엇이 진정한 스톡옵션인지를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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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떠트렸다.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A. 당연하다. 하지만 세금이 과하다고 전문가들도 얘기한다. 재직자라면 스톡옵션을 행사하는(주식을 취득하는) 시점에 연봉과 합산돼 근로소득세가 부과된다. 고용관계에서 오는 소득으로 보는 것이다. 스톡옵션은 대부분 최소 2년 이상 근무하는 걸 조건으로 권리 행사 기간을 정해놓는다. 이 기간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이 된다. 스톡옵션을 가진 사람 입장에선 행사 시점에 행사가와 실제 주가 사이의 차익만큼이 연봉과 합산해 과세된다는 게 부담이다. 총 소득이 8800만~3억원의 경우 35%, 3억원이 넘을 때는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방소득세(소득세액의 10%)까지 감안할 경우 세금이 40%가 넘는다는 얘기다. 로또보다 세금이 많다. 특히 초기 멤버일수록 행사가가 낮은 만큼 차익이 늘어나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된다.

 Q. 실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나.

 A. 비상장사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삼성전자에 다니다 1998년 전자현미경을 제조하는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김모(48)씨를 보자. 2006년 그는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초기 창업 멤버라 시가 대비 10분의 1 가격에 주식을 취득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주식 취득 비용보다 오히려 세금(근로소득세)이 더 나왔다. 회사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주식을 팔고 싶지 않았지만, 세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부를 팔아야 했다. 게다가 비상장주식은 양도세까지 부과된다. 이런 세법을 알리 없는 김씨에게 세무서는 몇 달 전 “연체한 양도소득세 1700여만원을 내라”는 내용의 고지서를 보냈다. 상장 뒤 팔았다면 내지 않아도 될 양도소득세까지 추가로 낸 셈이다. 전문가들도 창조경제를 제대로 하려면 최소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서라도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스톡옵션 세금을 연기해 주는 게 맞다고 지적한다.

 Q. 미국은 실제 주식처분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우리와는 달리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수평 비교가 어렵지 않나.

 A. 잘못된 이해다. 미국의 스톡옵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근로소득세가 부과되는 일반적인 스톡옵션(NQSO)과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인센티브 스톡옵션(ISO)이다. 전자의 경우 국내 스톡옵션과 마찬가지로 권리를 행사하는 시점에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에 ISO는 나중에 주식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세율 20%)를 낸다. 현금이 생길 때 세금을 내는 ISO가 유리하기 때문에 미국에선 직원들에게는 ISO를 주로 부여한다. 일반적인 스톡옵션은 주로 창업자나 벤처투자가 등이 받는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가 기업공개(IPO)로 11억 달러(1조2000억원)의 막대한 세금을 낸 것도 ISO가 아닌 일반적인 스톡옵션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모든 스톡옵션 보유자에게 세금이 많이 나오는 NQSO를 강요하는 셈이다.

 Q. 스톡옵션이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회사는 스톡옵션을 많이 부여하면 되지 않나.

 A. 그럴 수 없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부여한 스톡옵션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상장을 목표로 하는 벤처기업은 실적에 민감하기 때문에 스톡옵션 부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벤처업계는 미국처럼 이 규정을 상장사에만 적용해달라고 요구한다.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볼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도 논란이 있다. 벤처업계는 스톡옵션 행사가 규제도 풀어달라고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시가와 액면가 중 높은 가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이사회가 자유롭게 정한다. 행사가를 규제하면서 스톡옵션 매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Q.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사람은 주가 상승에 따른 혜택을 누리면서도 주가 하락의 위험은 면제받는다. 이 때문에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경영자들이 공격적인 행태로 일관하고, 이는 주주 이익과 충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 그런 외국 연구를 척박한 국내 벤처기업과 연결시키는 건 무리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목표와 꿈을 갖고 돌진하는 게 벤처 정신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스톡옵션 행사 시 세금을 부과해 주식 처분을 유도하는 것보다는 세금을 연기해 줘 주식을 들고 있게 하는 게 주주와 직원 간의 이해상충 문제를 완화시켜줄 수 있다.

 Q. 스톡옵션 발행이 주춤하다. 효과가 없어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

 A. 바로 그게 스톡옵션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하는 이유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생겨난 벤처기업들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크게 줄었다. 하지만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며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벤처기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기업에 있어서 스톡옵션은 사실상 유일한 인재 유인책이다. 스톡옵션을 활성화하지 않으면서 창조경제를 얘기하긴 어렵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얘기다.

◆취재팀=윤창희·정선언·홍상지 기자
◆도움말=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 김재호 한국회계연구원 연구원,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정재욱 대전대 회계학과 교수, 새누리당 창조경제일자리창출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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