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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은내 발언-김홍철<서울대 문리대> 이호재<고대정경대> 이영호 교수<미조지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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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은내 중공수상의 한국문제에 관련한 최근 발언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추구와 일본군국주의화의 경계로 크게 집약할 수 있다.
「닉슨」미대통령과의 회담을 수개월 앞두고 주은내가 중공을 방문중인 「뉴요크·타임스」사의 「레스턴」 부사장에게 표명한 한국문제에 대한 관심은 우선 한반도가 뜨거워지면 미·중공간의 관계개선이 유지될 수 없다는 관점에서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주은내가 지척한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6·25」에 참전했던 미국과 중공은 여기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없고, 따라서 한반도는 양국간의 해빙「무드」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
미·중공은 이런 장애물을 해결하지 않고는 극동의 「데탕트」(해빙)가 이룩될 수 없다고 보고있으며, 이점에서는 소련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 4대국은 공통적인 이해관계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힘의 균형이 고착화하기를 희망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긴장이 해소되어야한다는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주은내의 남북한 화해발언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일본군국주의의 대두에 관한 문제제의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공동이해관계를 계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닉슨·독트린」 이후 일본이 「아사아」 방위의 일익을 경제협력을 통해 담당하도록 희망해 왔지만, 그의 군국화는 새로운 세력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점에서 많은 신경을 써왔다.
중공은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일본이 그 대역을 맡을 것이란 추측으로 일본군국주의의 부활을 특히 경계한데 대해 미국은 일본의 군수산업을 더 경계하는 것 같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른바 전수방위를 하는 일본에서 멀지 않아 군 장비의 잉여가 생길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또 전투기와 「탱크」등 주요 전쟁물자를 거의 무한정으로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필요한 때는 핵무기도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미국은 일본이 동남아의 무기고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관점의 차이는 크지만 일본의 군국화를 반대한다는 자세면에서 미·중공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닉슨」-주은내 회담에선 이 문제가 중요의제가 될 것 같다.
주은내가 『한국에는 휴전협정만 있고 평화조약은 없다』면서 54년의 「제네바」회담이 한국문제의 해결을 보지 못한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은 「닉슨」과의 회담에서 한국문제를 다루기 위한 제2의 「제네바」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극히 주목된다.
특히 주은내가 한국참전국 일방으로만 구성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유엔」 한국부흥위원단(「언커크」)의 해체를 요구한 것은 중공이 포함된 새로운 「중재기구」를 구상한 것이라고 보아 이 가능성과 상통한다.
만일 미·중공간에 어떤 형식이든 한국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 것에 합의한다면 이 회의에서는 아마도 미·소·일·중공 4대국의 불가침조약이 논의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4대국이 불가침조약이야말로 한반도에서의 작전개념을 확대하지 않고 유화할 수 있는 지름길로 생각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닉슨」과 주은내 회담에서는 이밖에 남북의 군비축소나 동시 「유엔」가입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상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중공이 이런 것들을 긴장해소의 방법으로 생각할지 모르며, 이 경우 우리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군축은 미·중공간의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국군의 현대화를 지원해야하는 것처럼 중공도 남북간의 세력균형을 위해 북괴지원 부담을 안고있다.
미·중공은 만일 군축을 실현시킨다면 그만큼 지원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 이를 추진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일시에 결말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파할 수 없는 것은 「닉슨」-주은내 회담의 「트럼프·카드」가 주은내한테 쥐어져있다는 점이다.
주은내는 지금이라도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을 재고할 수도 있으며 회담에서 「닉슨」이 빈손으로 되돌아가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선거를 앞둔 「닉슨」은 중공방문계획을 변경할 수도 없으며 회담 후 본국에 가서 풀어놓을 보따리를 꾸리기에 성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외교방법상으로 발목이 묶여있기 때문에 「닉슨」이 필요이상의 양보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때 한국문제에 관한 한 우리정부의 의사가 미국측에 사건에 전달되어야하고 특히 북괴의 전쟁도발 포기를 보장받도록 「이니셔티브」를 취할 필요가 있다.
과거 자유당 때에는 이승만 박사가 북진통일을 표방해서 한미간에 안보관의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우리는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다. 이게 미국은 한국을 버리고 싶어도 일본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며, 중공이 한반도를 먹고싶어도 소련과 일본이 이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13세기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완전한 세력균형 속에 한국이 놓여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잇점을 충분히 활용해서 북괴의 도발억제를 보장받고 대내적으로는 경제부흥을 촉진하는 것이 정부의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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