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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식 사회공헌 이젠 그만 … 자선 넘어 책임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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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삼성 임직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다문화 가족 5쌍이 합동결혼식을 치렀다. 어려운 형편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지수매이(54·여·중국)씨는 “딸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사는 나를 추천해 이번에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며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어 볼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사진 삼성전자]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업들의 김장김치 나누기 캠페인, 연탄 나르기 봉사는 국내 사회공헌 활동의 트레이드마크다. 지난 십여 년간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실천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련 활동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각 기업들은 앞다퉈 기업의 이름을 내걸고 대의명분에 맞는 활동을 하며 사회공헌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CSR에 지출하는 비용도 꾸준히 늘어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표한 ‘2012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11년 주요 기업 222개사가 지출한 사회공헌 비용은 3조 1241억원으로 10년 전인 2002년(1조 866억원)에 비해 3배 가량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이다. 올 7월 제일기획이 성인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8명(80.1%)은 ‘기업들의 생색내기용 활동’이라며 낮은 평가를 내렸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 ‘착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일방적인 시혜성,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1년초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를 통해 ‘공유가치창조’(CSV)가 소개되면서 몇몇 기업이 책임보다는 공유가치를 내세우는 활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즉, 물질적인 기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빈곤 등 사회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하며 도움이 되는 가치를 창조하자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이윤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기업 사회공헌 평균지출액의 규모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천의지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기업들은 이같은 양적인 투자와 더불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질적인 가치가 창출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공헌 활동에 의미있는 진화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을 모아봤다.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2013 화이자 꿈꾸는 캠프’에서 조손가정 아동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담은 풍선을 날리고 있다. [사진 한국화이자제약]

 ◆화이자 ‘조손가정 행복만들기 캠페인’= 부모의 세심한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조손가정 아동들을 후원하는 한국화이자제약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조손가정은 65세 이상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 조손자녀로 구성된 가정을 말한다. 급증하는 이혼율과 함께 국내 조손가정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부모 부재로 인해 조부모의 수입에 의존해야 하므로 일반 가정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캠페인 초기 논의 시기인 2009년에는 조손가정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인식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이 문제를 먼저 인식해 한국여자의사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지난 2010년부터 50명의 조손가정 어린이를 선정하고, 아동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매월 일정금액의 ‘화이자 교육 장학금’을 전달해 후원 아동의 방과후 교육을 지원한다. 한국화이자제약 임직원으로 구성된 ‘화이자 꿈꾸는 봉사단’은 조손가정 아동과 1:1로 매칭되어 멘토로 인연을 맺고 있다.

 ◆삼성 임직원들의 재능기부= 2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는 각자의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못한 네덜란드·베트남·일본·중국 출신 부부 5쌍이 합동결혼식을 치렀다. 결혼식 연주(수원필하모닉), 축가(수원합창단), 사진촬영(사진 동아리)은 전부 삼성전자 내 동호회 멤버들이 맡았고 회사는 웨딩홀과 결혼선물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또 삼성카드는 결혼 예복과 메이크업, 꽃 장식 등을 지원했으며 삼성에버랜드는 피로연 음식 조리와 서빙 인력을 제공했다.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른 수원 합창단 동호회 총무 김동숙 과장은 “제 목소리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족한 실력이지만 재능 기부에 나서게 됐다”며 “커플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합동결혼식 주례는 서초구자원봉사센터 김경래 운영위원장이 맡았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그동안 청소년들에게 적성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인 ‘꿈 멘토링’ 활동이나 신체를 움직이기 어려운 이들의 컴퓨터 사용을 돕는 ‘안구 마우스 아이캔(eyeCan)’ 보급운동 등 기부활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BMW 공익 목적의 비영리 재단 설립=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인 BMW코리아는 수입차 업계에서 처음으로 2011년 7월 비영리 사회공헌 공익재단 ‘BMW 코리아 미래재단’을 공식 출범했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책임 있는 리더 양성’이라는 비전 아래 BMW 코리아와 고객 등이 함께 출연한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재단이다. BMW 코리아는 재단을 통해 그 동안 진행해왔던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 가능한 관점에서 체계화했다. 사회공헌 활동이 단순히 기업의 한 부서에서 관리 및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에 특화된 전문가들을 통해 환경보호, 글로벌 인재양성, 나눔 문화 확산 등 공익적인 의미를 담아 실천되고 있다. 주요 활동 중 하나는 ‘주니어 캠퍼스’로, 이동형 교육 차량을 활용해 농어촌 및 산간 지역의 분교를 비롯한 아동복지시설에 직접 찾아가 연간 1만여명의 어린이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웅진코웨이 ‘물성장 프로젝트’= 올 4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구리의 교문중 학생들과 함께 깨끗한 물을 마시는 습관형성을 통해 성장기 건강한 변화를 체험하는 6개월간의 성장프로젝트다. ‘2013 서울시 초중고 학생들의 음료 음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아이들의 물 음용량이 세계보건기구(WHO) 수분 섭취 권장량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반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의미를 가진다. 참여 학생들이 매일 하루 물 권장량 8잔을 마실 수 있도록 작지만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프로젝트 참여 기간 동안 각 학생이 작성하는 ‘물성장 다이어리’를 통해 학생들이 경험하고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캠페인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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