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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파동의 조속한 매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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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의 두 현직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에서 발단한 사법파동은 2주일이 가깝도록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어 국민으로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 동안 행정부는 문제된 법관에 대한 수사를 백지화하여 그 처리를 대법원장에게 일임한다 하였고, 사법부는 대법원장이 요청한 대통령과의 면담결과를 기다리면서 스스로 사법권독립의 수호를 법관회의의 자체결의로 다짐함으로써 사태는 한때 수습의 실마리를 찾은 듯한 느낌을 주었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마련된 수습의 계기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어 행정부 및 사법부 사이의 이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 사태는 다시 재연될 기미마저 없지 않다. 9일 서울민사·형사지법판사 60여명은 지금까지의 사태진전을 분석한 끝에 사법권독립을 위한 보장이 아직도 미흡하다 판단하고, 검찰책임자의 사퇴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같은 날 서울지검의 40여명 검사들도 이러한 법관들의 요구가 사법부에 의한 행정권의 침해라고 단정,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결의를 하고 나섰다.
국내외적으로 큰 파문을 던졌던 이번 사법부파동의 진상과 그 배경은 그 동안 국회에서 전개된 질의와 답변과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할 수 있다. 즉 지난 6일부터 연4일간 계속된 국회에서의 질의·답변과정을 통해, 김총리와 신법무는 먼저 이번 파동을 일으키게 한데 대해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시하고 특히 신법무는 지난 6일 국회본회의에서 행한 답변을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검찰은 가슴에 손을 얹고 심각한 반성을 했으며, 앞으로 검찰은 사법권독립에 도전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또 국민으로부터 오해받거나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일이 없도록 반성, 이를 전국검찰에 엄중 지시하겠다』고 까지 증언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인 6일 하오의 국회답변을 통해 김총리는 이번 파동을 일으킨데 대해 『깊이 책임을 느끼고있다』고 전제하고, 법원에서 지적한 7개 사항에 대해서는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즉각 시정하고, 앞으로도 단속하겠다』고 언약했었다. 따라서 행정부 관계당국자들의 이와 같은 거듭된 반성과 자숙의 발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법관들이 사법권독립을 위한 보장이 미흡하다고 느끼는 근본소이는 이 모든 다짐에도 불구하고, 그 실천을 구체화할 수 없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아직 아무런 의사소통의 기회가 없었다는데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판사들이 여전히 미진한 뜻을 풀지 못하고 있는 사유는 그밖에도 이번 사법부파동이 마치 사법부 예산의 부실에서만 유래된 것처럼 그 수습책으로 대법원예산의 증액논의만이 등장한 것이라든지, 또 이번 파동의 수습과정에서 당연히 수반했어야할 인사적 책임추궁이 미흡하다는 데도 있다. 그렇지만, 지난 2일 대법원판사회의와 하급법원 판사들이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면담결과를 추측, 대통령의 영단을 기대한다』고 성명 했던 사실을 상기해야할 것으로 안다.
어쨌든, 사법부파동은 이제 그 조속한 매듭이 지어져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절감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의 사태가 명백히 입증하고 있듯이 이번 파동의 장기화는 국회의 공전, 법원·검찰의 감정대립심화, 공정한 재판과 사법운영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촉발 등 어느 모로나 좋지 않은 사태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있어 국무총리의 국회답변을 통해 추측컨대, 대통령은 현시기에 그가 대법원장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사법권의 독립에 위협을 줄지도 모른다는 조심성 때문에, 사법부가 사표문제 등을 자체수습하고 난 다음에 면담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사태진전의 추이로 보아 우리는 대통령이 가급적이면 하루라도 속히 대법원장과 면담하여 사법권독립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의견교환을 해 주기를 바라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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