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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국 "100마일을 던진다!"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중에 현재 누가 가장 빠른공을 던질 수 있을까? 화제의 주인공은 현재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랜싱(Lansing Lugnuts)에서 활약중인 류제국이다.

류제국은 지난 2001년 6월 1일(이하 한국시간) 컵스와 역대 팀 신인으로는 2번째로 큰 금액인 16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에서도 김병현을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류제국은 미국 진출 첫해 루키리그에서 시작한 후, 2002년에는 싱글 A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싱글 A인 보이스 호크 소속으로 뛸 때 99마일(시속 159km)을 기록하며, 지난 달 24일 발행된 미국의 야구 전문 잡지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유망주 5위에 올랐다.

*2년 사이에 몸이 정말 좋아진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정말 살이 많이 쪘다. 고교시절에는 살찌고 싶어도 잘 안 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미국가서 먹는 음식들이 스테이크, 햄버거가 주를 이루다 보니 살이 많이 붙게됐다. 운동도 아직은 싱글 A여서 한국보다 덜 힘들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건강해 졌다.

*가족들은 요즘 뭐하고 지내는가?

=아버님은 이제 운수업을 그만두시고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계시고, 어머니는 식당을 조금 크게 하신다. 형은 지금 군대가서 국가를 위해 열심히 복무중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 두해가 지났다. 2년 동안 가장 큰 변화라면?

=몸과 마음이 이제 성인이 됐다. 신체적으로 더욱 더 건강해 졌고, 마음속으로 야구를 더욱 더 사랑하게 됐다.

미국에 있는 야구선수들은 성공을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즐기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는게 정말 부러웠다. 내 인생에서 야구에 대해 진지해지게 되었고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언어 문제는 많이 극복 되었나?

=하다 보니깐 많이 늘더라. 처음에 미국가서 영어 듣는 것 자체가 불안했다. 통역하는분 없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들리는 것도 늘어나고, 야구에 필요한 것부터 꾸준히 공부를 하면서 이제 큰 불편은 없다. 지금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동안 서로다른 언어와 문화, 그로 인해 동료들과 다툰적은 있나?

=한번 있었다. 일단 미국 아이들이 툭툭 치는 장난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에게 그러면 시비거는걸로 생각하지 않은가? 영어도 잘 안들려 답답해 죽겠는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기죽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폴리(Foli)라는 친구와 가벼운(?) 몸싸움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깐 다른 뜻보다는 그 친구 나름대로 친근감의 표시였다. 그후로 더 친하게 지내게 됐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에이전트(이치훈)형과, 통역해 주시는 이태용(26)형하고 거의 같이 생활하고 있다. 특히 통역해주는 태용이 형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내가 궁금한 거 물어보면 친절하게 답변해 줘서 넘 고맙다.

*미국 가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가 있었다면?

=쓴게 보약이라고 미시건과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반기 보이즈(Boise) 마치고 싱글A 랜싱(Lansing lugnuts)으로 올라가 첫 게임 위스콘신(Wisconsin - 시애틀 산하 마이너)과의 경기는 잘 던져 승리를 거두었으나, 두 번째 웨스트 미시건(West Michigan - 디트로이트 산하 마이너)과 경기에서는 최악의 피칭을 했다.

낮 경기였는데 그날 따라 날씨도 정말 무더웠고 컨디션도 안 좋았다. 와인드업해서 내려오다 마운드에 발 뒤꿈치가 걸려 공이 뒷그물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가 버린게 왠지 불길하다 싶었는데, 1회부터 계속 안타에 홈런까지 맞아 8점주고 내려온 뼈아픈 기억이다.

*한국에 머물러 있는 동안 주로 어떤 훈련에 집중했는가?

=주로 웨이트트레이닝 하면서 살빼기에 집중했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 트레이너가 무조건 살을 빼라고 했다. 미국 처음 건너갔을 때 체중이 80kg이었는데 '이 몸이 야구 선수에게 제일 이상적이다'라며 앞으로 꾸준히 유지하라고 했다.

그런데 작년 겨울 한국에서 그만 살이 많이 찌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다. 스프링 캠프에 참가했는데 코칭스태프부터 시작해서 스카우터까지 '이게 뭐냐? 어떻게 하면 이렇게 살이 찔 수가 있냐?'며 너무 뭐라고 해서 에이젼트 형에게 힘들어서 야구 못하겠다고 다시 한국 보내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다행히 시즌 들어가서 성적도 잘 나오고 공도 더 빨라지고, 그러다 보니깐 나도 야구가 재밌어서 그런지 8개월이 금방 갔던 것 같다. *

류제국 신상명세*

★가족관계:아버지 류광현(47)어머니 이미자(45)씨 2남 중 막내
★출신학교: 덕수중학교-덕수정보고등학교
★야구시작: 초등학교 4학년
★키/체중: 190cm, 100kg.
★좋아하는 선수: 마크 프라이어(Mark Prior,시카고 컵스 투수)
★직구최고구속: 99마일(159km)
★18번: 쥬니퍼=하늘 끝에서 흘린 눈물
★주량: 소주2병

<2편에 계속>

박광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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