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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로 전환한 미 중공 전략|로저즈 국무장관의 중공 유엔 가입지지 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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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대표권 문제」에 관한 「로저즈」 미 국무장관의 정책 발표는 결국 ⓛ중공의 유엔 가입을 단순 과반수로 통과시키고 ②중화민국의 추방을 「중요 사항 지정」으로 방지하는 동시에 ③안보리 의석의 귀속은 「다수결」에 맡긴다는 미국의 기본 입장을 암시한 것이다.
이른바 「2개의 중국」안으로 불리는 미국의 안은 「중공 가입·국부 추방」을 단순 과반수로 일괄 처리하자는 「알바니아」등 18국 안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일본 등의 편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안의 주안점은 어디까지나 중화민국 추방을 막는다는 수세적 전략이라는 점에서 중공 가입을 봉쇄하려던 공세적 입장에 서 있던 미·일 정책의 일대전환을 뜻하는 것이다.
로저즈 장관은 중화민국 추방을 반대하는 타당 근거로서 『현실을 현실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한 다음 2개의 중국을 다같이 유엔에 남겨둠으로써 오히려 둘 사이의 자연스런 접촉과 대화의 기회가 생기는게 아니냐는 식의 의미 심장한 말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중요한 문제는 ①유엔 총회에서의 표 대결 과정에 어떠한 공방전이 예상될 것인가 하는 것과 ②대만 문제의 향방, 그리고 ③미국의 안으로라도 중공은 과연 「유엔」 에 가입하려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안의 승산은 어떤 자료에 기초한 것일까. 물론 불리한 상황도 없지는 않다. 즉 작년 「중요 사항 지정 결의 안」에 대한 표결에선 찬 66, 반 52, 기권 7, 결석 2로 나왔는데 이중 이탈리아·캐나다·오스트리아·터키·이란·영국 등 상당수가 금년엔 중공 쪽으로 기울 공산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작년의 「알바니아」결의 안에 대한 찬 51, 반 49, 기권 25, 결석 2표를 두고 볼 때 금년 미국의 신 결의안이 기권·결석표를 흡수할 여지는 충분히 많다는게 계상되고 있다.
이러한 판단, 즉 『신 방식이 과반수는 물론 「알바니아」안의 지표를 상회하는 찬표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 아래 미국은 몇 개의 작전 카드를 쥐고 있는 것 같다.
첫째론 「이중 대표 방식」을 단독으로 내놓되 이를 「알바니아」안보다 먼저 과반수로 통과시키고 「알바니아」안은 의사 규칙상 『서로 모순 하는 결의안』을 이유로 표결에 붙이지 않는 방법.
둘째, 이중 대표 방식은 과반수로 성립할 수 없다는 동의를 내놓아 중요 사항 지정 방식을 확인, 미국 안·「알바니아」안을 다같이 부결시켜 중화민국 의석을 유지하는 것.
세째, 이중 대표 안과 역 중요 사항 지정 방식을 따로따로 내놓아 미리 후자를 성립시켜 「알바니아」안을 저지한 다음 전자를 과반수로 통과시키는 것.
그러나 중공은 누누이 「2개의 중국」안을 거부한 만큼 1년을 더 참아 내년쯤 보다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알바니아」안으로 가입하려 할지도 모른다.
한편 대만의 향방은 『중공 주권하의 자치구』를 시사하는 국공 합작설이 나돌기는 하지만 그 실현성은 지금으로서는 희박하며 자유중국으로서는 우선 유엔 머무르는 선에서 부국에 청신호를 보낸 것 같다.
어쨌든 유엔에서의 대좌를 통하건 비밀 접촉을 통하건 중화민국과 중공이 서로 화해해야만 가능한 이 가설의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국제법적 차원보다는 정치적 편법에 속하는 미국의 안은 분단국 문제의 처리 방향을 암시한다는데서, 그리고 중공의 국제 사회 복귀 기운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뜻을 가진다.<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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