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반한 실험학교 6년제 P-TECH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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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25일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P-TECH을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뉴욕 AP=뉴시스]

“여러분은 이제 중산층으로 도약할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에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은 열광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 저소득층 지역 크라운 하이츠의 설립 3년차 실험학교를 오바마 대통령이 깜짝 방문했다. 정보기술(IT) 기업 IBM이 뉴욕시 및 뉴욕시립대(CUNY)와 손잡고 2011년 문을 연 ‘P-TECH’이다. 고등학교 4년과 전문대 2년 과정을 통합한 미국 첫 6년제 학교다. ‘고등학교(high school)’와 ‘대학(college)’이란 단어를 합성해 ‘고등전문대(hollege)’라고도 부른다.

 오바마는 올해 신년 연설에서 이 학교를 극찬한 바 있다. 그는 “모든 미국인 학생에게 P-TECH과 같은 교육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과거엔 미국 교육제도의 수준이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경쟁력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젠 경쟁국의 대학 졸업률이 높아진 이상 우리도 더 많은 학생이 대학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P-TECH은 공립학교여서 따로 입학시험도 없고 수업료도 면제다. 입학생은 면접과 적성검사로 뽑는다. 졸업생은 고교 졸업장은 물론 IT 관련 전문대 학위도 받는다. 더불어 IBM 현직 직원이 일대일 멘토를 하면서 현장실습도 시킨다. 이 학교 학생인 차이나 본은 “졸업하면 IBM에 우선 취업할 기회도 얻는다”며 “취업을 할지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으로선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학생은 무료 전문대 학위와 취업 기회를 얻는다. 라시드 데이비스 교장은 “처음엔 많은 학생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반신반의했다”며 “3년째 접어들면서 학위도 받고 취업 길도 열려 있다는 걸 안 뒤로는 학업 열의가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이 60%가 넘는 이 학교 출석률은 94%에 달해 주변 학교에 비해 월등히 높다.

  P-TECH이 성공하자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아이다호주에서도 이를 본뜬 학교를 설립했다. 내년 가을까지 P-TECH 모델을 적용해 개교하는 학교는 전국에 27개로 늘어난다. 뉴욕시는 2015년에 P-TECH 학교를 6개 더 세울 계획이다. 참여하는 기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버라이즌·SAP 같은 IT 기업과 콘에드·내셔널그리드 등 에너지회사,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 등 의료기업도 포함됐다. P-TECH은 주로 흑인·히스패닉 저소득층 지역에 설립돼 지역사회 꿈나무의 산실이 되고 있 다. 건강보험과 함께 교육 개혁을 앞세워 서민층의 지지를 이끌어낸 오바마로선 P-TECH이 단순한 교육 실험을 넘어 정치적 승부수이기도 한 셈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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