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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대의 종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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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시대의 종언」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예언했었다.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 「월터·리프먼」은 67년5월 『미·소 지배시대는 지났다』는 논문을 발표한 일이 있었다. 세계 최대의 강국임을 스스로 과시해온 미·소는 우선중동문제·월남전쟁에서 그 힘의 한계를 노출시켰다. 그밖에도 약소국들의 무질서한 대립과 충돌에 신통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라프먼」은 바로 이점을 지적하고있다.
『60년대의 역사가 남겨준 중요한 교훈은 군사력과 정치적 우위가 반드시 함께 하지 않는다는 실로 의외의 역설에 있다.』
「리프먼」은 지나간 역사를 반추하면서 냉소가 감도는 개탄까지 곁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세를 통해 「로마」제국의 망령이 방황했던 것과 같이 각국의 외무성은 항상 대국에 의한 세계지배에 얽매어 있었다.』
「리프먼」은 이제 새롭게 전개되는 연대에는 『대국의 세계지배가 불가능해진 이상, 그들은 제국주의적 세계질서를 벗어나 소국의 무질서한 상태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충고하고있다. 그의 마지막 「에피그램」이 특히 인상적이다.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이다.』
1968년 미국 「코넬」 대학의 정치학교수 「앤드루·해커」는 바로 『미국시대는 끝났다』는 저서를 내놓아 화제가 되었었다. 원제는 「The End of the American Era」
「해커」 교수는 미국의 내부가 붕괴되어가고 있는 것에 관심을 집중한다. 인종폭동, 마약상용자의 증가, 성도덕의 퇴폐 등은 전후 20여년 동안 「세계의 별(성)」로 빛나던 미국의 광휘에 깊은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거인의 주식회사화한 미국의 기업체제, 내란의 위기로 언제나 부풀고 있는 인종문제, 도덕적인 체통을 잃어버리고 있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 개인의 안락한 가정이 날로 파탄의 지경에 이르고 있는 행복부재의 가정생활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쇠퇴의 계절』은 그 마지막 장에 붙여진 비장한 표현이다. 이 장에는 이런 일절이 있다.
『미국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길은 이 나라가 위대한 강국이 아니라는 것을 솔직이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인은 다른 나라에 전해줄 교훈을 잃어버렸다. 「아메리카」인이 만들어 놓은 생활「스타일」은 어떤 다른 나라의 「모델」도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사실은 미국인은 구제와 개혁에 대한 세계적 사명을 수행할 의지를 잃어 버린 것이다』-.
바로 「닉슨」대통령도 7일 그의 하계별저에서 『미국시대의 종언』을 말하고 있다. 강대국 사퇴 이후, 그 다원화 세계의 교차로에 서있는 한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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