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위 수석 대표 검토할 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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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종필 국무총리는 6일 「로저즈」군사정전위 「유엔」군 측 수석 대표의 정전위 수석 대표를 한국인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얘기는 없었으나 이런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공화당 훈련원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로저즈」발언은 우리가 자주 국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태의 또 다른 면을 얘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외교 면에서 세계의 흐름에 뒤지지 않고 옆으로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좌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서두를 필요는 없으나 의당 걸어 올라가야 할 계단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또 사회 기풍과 부정 부패 문제에 언급, 『대표적인 사람 한둘을 잘라야 한다는 사람도 있으나 그보다는 각자가 분수를 알고 분수 있게 살아가는 기풍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행정부의 생각이 이런 방향이므로 지리 하더라도 하루하루 달라지도록 노력할 방침이니 도와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김 총리는 『야당의 진출로 의회 민주주의에 진일보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나 고루한 사고 방식과 생리가 민주적인 의회의 생활화를 저해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로저즈」군사정전위의 「유엔」측 수석 대표 발언에 따라 한국이 수석 대표로 참석하더라도 아무런 법적 문젯점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외무부의 한 소식통은 6일 『휴전 협정 2조 20항은 「군사정전위는 10명의 고급 장교로 구성하되 그 중의 5명은 유엔군 사령관이 리를 임명한다」고 되어 있어 누구를 임명한다는 규정이 분명히 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따라서 참전 16개국이나 휴전 협정에 서명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교전 당사자이며 국군의 작전권을 「유엔」군에 이양한 한국도 그 임명 대상국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이 수석 대표로 참석할 경우에는 한국 정부 대표와 자격이 아니라 「유엔」군 대표 자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유엔」군 대표 자격으로 참석할 경우 북괴와 1대1로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북괴의 지위를 높여 북괴를 국가로 승인하는 문제가 나와 수석 대표로의 참석 여부는 법적인 면보다 정치적인 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 같다.
소식통은 『한국은 지금까지 대표 자격으로 군사정전위에 참석해왔기 때문에 휴전 협정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판문점에서 「한국인끼리의 대화」가능성을 비친 「로저즈」발언에 대해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사견에 불과한 것임을 확인했고 ②정부·민간·군사 면에서 직접 대화가 없는 마당에 한국인끼리의 대화 운운은 국시에 관계되며 ③북괴의 군사 도발이 계속 되고 있는 현 싯점에서 「유엔」군의 주문을 실질적인 것으로 바라고 있는 정부로서는 「로저즈」발언이 환상적인 이상론이라고 밝혔다.
6일 상오 심흥선 합참 의장은 판문점 「유엔」측 수석 대표 「로저즈」장군의 직속 상관인 「로버트·스미드」「유엔」군 참모장을 불러 「로저즈」 발언의 진상을 알아본 결과 「스미드」 장군은 『「로저즈」 발언은 개인 견해로 알며 그 같이 중대한 정치적 발언을 하려면 적어도 직속 상관인 본인과 사전 협의를 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군사정전위원회 한국 측 대표 양해경 제독은 『우리 정부는 북괴를 불법적인 괴뢰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 「유엔」측 수석 대표직을 수락한다는 일은 절차상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논평했다.
양 제독은 『판문점에서 우리 대표가 북괴와 대좌한다는 것은 북괴 집단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그 실현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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