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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덤핑」타개의 방편|전출판물 관장…유통질서 확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출판금고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차차 더 심각해가기만하는 출판계의 불황을 타개하기위해 도서공급기구의 일원화를 추진중이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출판업자·서적상·잡지사대표등 실무자급회의에서 도서 일원공급기구의 설립기초안이 마련됐고 다시 7월에 소집될 한국서적공급공사(가칭) 설립추진위원회는 이 기초안을 최종검토, 문공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이 공급기구가 생기면 모든 출판물은 이도보점을 통해서만 고점에 공급되며, 또 전국의 서점은 이도지점이 공급하는 출판물만을 팔게된다.
이렇게되면 우선 잠점에서 정가판매가 가능하게 되며 불량도서의 시장진출을 막고 양서출판과 창작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잇점이 있다.
지금까지 출판계의 유통질서는 고질화 되어있다. 서적상은 책을 팔아도 출판사에 책대금지불을 연기하고 그 돈을 대부분 다른 곳에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한 경우는 1,2년까지 수금을 못해 출판사는 다른 출판에 재기자를 할수 없게된다.
출판사는 이와같이 늦은 뇌금회전과 또 할인을 전제로 미리 책에다 높은 정가를 매겨놓기 때문에 독자들은 정가에 대해 불신하게 되고 차차 도서의욕을 잃어가는 악순환만 거듭되는 것이다.
여기에 군소출판업자들의 「덤핑」이 더욱 출판계의 불황을 조장해왔다. 책이 나가지 앉을때 할 수 없이 원가에 파는 선의의 「덤핑」도 있지만, 대부분은 해적판등을 만들어 책의 질만 저하시켰고, 또 일반서점에서도 이러한 「덤핑」책으로 수지를 맞추는 경향까지 생겨났다.
최근 몇 해동안 전적으로 월부 외판에만 의존하는 전집물「붐」이 일고 있는것도 이와같이 서점을 통한 판두의 부진과 독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한 기획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전집물 「붐」과 출판사들의 과열경쟁은 결과적으로 외판업자와 외판사모만 배를 불리는 기현상을 빚어냈다.S출판사의 편집주간은 『나보다 월수입이 3,4배 많은 외판사원이 같은 회사안에 30여명이나 있다』며 출판계의 이애을 한탄하고 있는 정도다.
이러한 오늘날의 한국출판계실정에서 대부분 출판인들이 도서일원공급기구의 설립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출판물유통질서의 확립과 「덤핑」시장의 제거로 독서인구가 늘며 출판사와 서점이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데 있다.
그러나 일원공급기구가 생긴다고만 해서 지금까지 누적돼온 불황의 요인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여기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따른다.
일본에서 실시되고 있는 「동경판매」「일본판비」등 도서공급기구는 태평양전쟁당시 도서·잡지류의 봉제를 위해 강제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전후 이를 잘 이용해서 성공한 예라고 볼 수있다.
그러나 최근 TV등의 영향으로 잡지의 판매가 부진하고 반품이 많게 되자 잡지기업들은 독자적인 판매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도서일원공급기구의 설립은 출판계의 고질적 신용관계가 회복되지 않고 또 큰 출판사들이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뜻이 없다. 물론 정부의 강력한 재정적지원도 중요하지만 각종출판물의 특수성을 어떻게 살리느냐는등 운영여하에 이 기구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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