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28」환율·금리 조정 그 저변과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의의>
28을 기해 단행된 환율과 금리의 동시 조정은 사상 처음으로서 72년부터의 3차 5개년 계획을 앞두고 세제개혁을 포함, 금년 안에 매듭지어야했던 3대 현안과제 가운데 두 가지를 일거에 해결한 것이다.
점진적 상향조작방식을 바꾸어 일시에 대폭 인상된 환율은 저평가에서 오는 수출저해와 수입 앙진, 국내 자원개발의 상대적 불리 등을 조속히 시정하려는 시도이며 금리의 구조조정을 곁들인 인하는 저축의 불리를 감수하면서라도 기업의 금리부담 등 그 동안의 고금리체제 하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다소나마 덜어보자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동시 조정의 배경은 환율의 12·9% 인상에서 오는 물가앙등요인과 차관업체의 상환부담 가중은 그 폭이 문제지만 금리인하로 경감시켜 환율인상에 대한 반작용을 최대한 무마해보려는 노력의 일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환율인상은 대외거래에 있어 원화의 상대적 평가절하를 뜻하며 현행 단일변동환율제를 수정하지 않고 수준만을 인상함으로써 실세와 괴리된 「갭」을 시정하는데 그치고 금리조정은 수준인하와 함께 「텀·론」제 도입 등 구조변화가 있었다는 점이 특색이다.

<조정의 근거>
환율현실화의 경과는 그 동안 정부안에서 현실화론이 강력하게 대두하기도 했지만 작년연말에 IMF와 「스탠드 바이」차관 재 협정 때 금년상반기안(선거직후)에 단행하겠다고 약속한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번 IMF 협의 단이 내한해서 제시한 수준이 불당 4백원이상 (수출보조정책감축전제) 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이번에 3백 71원 60전(매도율 기준)으로 대폭 올렸어도 아직IMF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IMF측과 환율인상 「수준」에 관한 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인상 선을 정부가 3백 71원 60전으로 책정한 것은 작년도 한·미·일간의 국제구매력 평가지수에 의한 「패리티」 환율 3백 64원 80전에다 금년도 실세 상승이 감안 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당분간 현 수준이 유지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한편 금리조정은 작년부터 추진해온 금융정상화방안과 관련하여 당초에 체계 및 구조조정 중심으로 인하 폭을 1%이내로 잡았었으나 환율대폭인상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2%로 확대된 것이다.
특히 새로 도입된 「텀·론」제는 대출기간 현실화 조치인데 현재의 대출고정화현상을 현실적으로 인정한 것이 된다.

<득실>
어쨌든 이번 두 가지 조치는 그 영향이 경제전반에 파급될 충격적인 것임이 분명하다.
현재로는 각 분야별 득실이 계산적으로 명확히 뒷받침되지 않으나 환율 만해도 대외 거래 면에서 경상거래와 자본거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경상거래에 있어서는 이론적으로는 수출이 촉진되고 수입이 억제되며 자본거래에서는 차관원리금에 대한 원화 상환 부담증대와 이에 따른 신규 차관도입의 억제효과를 갖는 한편 현지비용의 조달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짐으로써 외국인투자의 촉진 및 경영호전을 예상할 수 있다.
부분적인 예로는 차관원리금상환과 외화대부상환을 합쳐 연내의 상환부담 증가가 약50억 원으로 추정됐고 수출은 환율에 대한 탄력도가 1에 가까워 10%(환율인상은 12·9%)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경제일반에 있어서는 「달러」를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원화 지출이 증대되겠지만 특히 우려되는 것은 물가 면의 파급효과다.
정부당국은 이번 환율현실화 조치가 전 부문 파급을 전제로 물가를 3% 올리는 요인이 되고 연내엔 1.5%내지 2%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환율인상은 상인들의 인위적 조작과 심리적 영향 등이 겹쳐 정부의 추정범위를 넘어섰던 것이다.
금리조정의 득실을 따지자면 이번에 2%(예금은 2.4%)가 인하됨으로써 예금자가 불리해지고 대출「사이드」가 유리해진 것이다. 이것은 바꾸어 말해서 저축중심의 가계가 불리해지고 대출중심의 기업이 유리해진 셈인데 기업의 금리부담경감이 제품의 가격상승요인을 상살, 가계에도 그 혜택이 간다지만 현실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저축의 둔화가 예상되고 이에 따른 통화량의 증가와 자금난을 우려하는 측도 있다.
자금 사정 역시 환율인상에 따른 가격수준 상승으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환율현실화와 금리인하가 부정적인 요인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만 국민경제전반으로 볼 때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돼왔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조치가 모두 물가안정을 전제로 그 효과기대가 가능한 것이며 만약 경제안정을 얻지 못하면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키는 위험을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성패는 경제안정을 위해 얼마나 효과적인 보완대책을 강구하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분야별 파장>수입억제로 경합산업은 유리|원화 분담 늘어 수입원료제품 값 인상압력 커질 듯|물가 안정, 부실기업 정상화 등이 큰 과제|분야별 영향과 과제
수입=장기적으로는 몰라도 우선은 억제될 것이다. 따라서 수입품과 경합관계에 있는 상품 또는 원자재를 생산하는 국내산업은 그만큼 덕(보호)을 볼 것이다.
수출=촉진된다. 정부는 수출이 약10% 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간접지원 중 원자재수입과 관련한 금융지원 폭이 축소됨에 따라 가득률을 향상시키는 편이 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가=정유, 면방, 제분, 제당, 제지 등 원자재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 「코스트·푸쉬」현상이 심각할 것이다. 정부는 기름 값만 조만간 재조정해줄 방침이지만 다른 물가도 인상요구가 나올 전망이다.
특정외래품=단속강화조치 때문에 값이 뛰고 품귀현상마저 보이고 있는 각종 특정외래품 값이 이번 환율인상조치로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차관 및 원리금상환=자본재 도입이 아닌 현금차관, 내자조달용 물자차관, 전환사채 등의 「임팩트·론」 도입이 상당히 견제될 것이며 한편 한전 등 거액의 외자를 도입한 기업체는 상환부담이 확대되어 경영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된다.
무역외수지=해외경비송금, 여행자, 해상화물운임 지불을 위한 원화 부담이 당연히 늘어나며 반대로 해외교포송금, 우리 나라 선박 및 항공기 등의 운임 수입 면에서는 이득을 보게된다. 특히 암거래가 줄어들고 관광 불 매입 액이 늘어날 것이다.
외환시장=정부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현재 이름뿐인 남대문과 명동일대 외환 시장을 육성, 외환증권의 자유거래를 통한 실세반영을 제도화할 구상이며 따라서 이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경영=금리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환율인상부담이 병행되어 기업별 원가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대출운용=「텀·론」제 실시로 이제 기업은 어음개선방식에 의해 대출금을 무기한 연장 사용할 수 없을 것이며 그에 따라 금융기관은 물론, 모든 기업이 보다 계획성 있는 자금운용을 도모해야할 것이다.
공채금리=그렇지 않아도 예금금리와 격차가 심했던 산금채·도로공채·전력채 등의 각종 공·사채금리의 인하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채=금리인하로 금융자금 수요가 늘겠지만 긴축정책 강화에 의해 자금의 절대량 공급은 크게 증가되지 않을 것이므로 사채금리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 같다.
자본시장=주식 배당률과 은행예금 금리간의 「갭」이 축소됨에 따라 증권 투자 열을 다소나마 자극할 것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중인 일련의 자본시장 육성시책도 있고 해서 증권시장을 통한 공모증자 등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자금사정=전체적으로 볼 때 핍박해질 것 같다. 환율인상 및 금리인하조치로 자금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해 정부는「인플레」압력을 우려, 하반기에도 긴축정책을 지속할 방침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후의 과제>
요컨대 이번 조치는 내년부터 실시될 3차 5개년 계획에 앞선 일련의 「정상화」내지 「현실화」 작업의 첫 단계조치로 풀이될 수 있다.
이를테면 그 동안 누적돼온 여러 가지 왜곡된 경제질서 내지는 해결해야할 과제가운데 두 가지가 매듭지어진 셈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로는 세제개혁, 쌀 대책, 물가상승압력, 자본시장대책, 은행관리기업을 포함해서 부실한 기업경영의 정상화 문제, 새해 예산안의 현실적인 편성 및 이와 관련한 공공요금 조정문제 등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세제개혁인데 새해 예산안과 함께 9월 국회에 장전될 전망이나 개혁안을 확정짓고 폭주한 세출수요와 견주어 예산안을 매듭짓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쌀 대책에 있어서는 정부는 사실상 부분적인 배급제실시 방침을 굳혀놓고 다만 그에 수반하는 문제점에 관한 대책만을 검토중이며 물가는 기름 값 등의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시사되고있다.
3차 5개년 계획에 필요한 내자조달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본시장 육성문제는 어떤 내용으로든 연내에 이를 매듭지을 계획이며 조만간 수많은 산은 및 시은관리기업체의 정리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널리 퍼진 부정부패의 풍조를 어떻게 뿌리뽑느냐는 것이고 바로 이점이 경제질서 정상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