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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주변 10년 내는 안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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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라이샤워 교수 극동정세 강연서>
방한중인 미「하버드」대 정치학교수「에드윈·O·라이샤워」박사는 22일 하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최근의 극동정세』라는 제목의 비공개「세미나」에 참석, 30여명의 국내학자들과 토론을 가졌다.
지난 21일 「아시아」재단 이사자격으로 한국에 온 「라이샤워」박사는 오는 7월 9일까지 6회에 걸쳐 열릴 아세아문제연구소 창립 14주년 기념강연회의 첫날 연사로 참석, 김준화 아세아문제 연구소장, 고병익 서울대 문리대학장 등 30여명의 국내 학자들과 함께 유동하는 극동「아시아」정세에 관한 광범위한 토론을 가졌다. 그의 강연 및 토론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한국국민들은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미국은 최소한 앞으로 10년 동안은 한국에 대한 지원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중공 및 소련 등 강대 세력들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만약 한국에 위기가 조성될 경우 이는 곧 주변 강대 세력에 파급, 전 세계에 미치게된다. 한국의 이 같은 지정학적 중요성에 비추어 이른바 「닉슨·독트린」 (너무나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사실 개념조차 확실치 않지만)은 한국에는 예외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선에서 간혹 발생하는 북괴와의 충돌사태에 대처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정도의 사태에 말려들기를 바라지 않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일부병력을 감축하게 된 것이다. 고국이 홀로 감당하지 못할 사태가 있다면 그것은 북괴의 대규모 남침의 경우일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은 당연히 한국을 지원, 개입(커미트)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의 개입정도를 올바르게 판단할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국이 북괴보다 유리한 점은 국부와 경제성장이다. 이러한 우위는 즉각 군사 면의 우위로 바뀔 수 있다. 현재 한국은 군사 면에서 북괴보다 다소 불리한 면도 있으나 다행히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서 힘의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최소한 5년 안으로 군사 면에서도 북괴를 능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군사력은 차차 이 세상에서 무의미한 것이 될 것이며 앞으로 10년 안에는 한국주변의 사정도 안정되고 전쟁가능성도 희박해질 전망이다.
일본이 막강한 경제대국으로 등장하면서 「아시아」에서의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내셔널리즘」이 그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이 이 자리에서 나왔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과거의 팽창주의·군국주의 시대에 가졌던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즉각적인 위험이 될 것 같지 않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좀더 고질적이고 제거하기 어려운 소위「도국 근성」이다. 이러한 특질은 바로 경제적「에고이즘」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미 중공 화평 움직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양측의 관계개선 가능성을 지나치게 「상상」하고 있다. 자유중국과의 관계와 미국 안의 비판 때문에, 관계개선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서서히 진전될 것이다.
이번 접근으로 미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획기적인 의미를 찾지는 않는다. 국제분업을 무시하는 중공의 경제체제로 보아 무역거래도 급전되지 않을 것이며, 종래의 상호공격 우려도 다분히 환상적이었던 것이므로 군사적 의미도 큰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긴장완화의 중요한 표시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면 양측이 접근하게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미국 측으로서는 중공이 군사적으로 큰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공 측으로 볼 때는 첫째 세계에 중공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려는 의도와 둘째 미국 외의 타국, 예를 들어 소련·일본 등과의 긴장을 줄이기 위해 우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양측 접근에 대해 한국은 별로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의 대한태도가 어느 정도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은 예측되지만 미국은 한국을 지원할 의사와 능력을 갖추고 있음은 앞에서도 지적했다. 더욱이 중공의 대미접근의 동기가 진정 미국 등 서방세계와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라면 북괴가 한국에 대한 도발을 유발할 것을 원치 않을 것이며 군사지원을 강화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미·중공접근이 미·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해서 70년대의 최대 문젯거리의 하나는 국제정세가 일본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생기는 태평양지역의 문제점은 첫째, 일본경제의 비대화이다. 일본은 현재 5년마다 수출액이 2배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해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60억 「달러」를 수입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1백 20억 「달러」가 된다는 계산인데 이는 미국으로서는 커다란 압력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일본은 수입에 있어서는 철저한 통제정책을 쓰고 있어 「탐탁 찮은」국가라는 「이미지」를 만들고있다.
이 선례는 세계 각 국에 의해 반복될 것이며 가까운 장래에 전 세계가 통제무역으로 후퇴할 우려가 크다. 제2차 대전이후 평화를 향한 획기적인 달성이 있었다면 그것은 세계무역「코뮤니티」의 형성이었다. 세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미주·「유럽」·호주·일본 등이 상호경제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평화를 추구해 왔던 것이다. 일본의 급속한 경제발전에서 기인된 경제적 불균형이 전 세계에 미칠 수도 있는 악영향은 실로 비극적이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우려되는 점은 미국의 월남철수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다. 만약 미국이 적절한 기간(길어야 앞으로 2년 후)이 지나도 철수하지 못하고 있게되면 일본은 실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미국은 몹시 곤경에 처할 것이며 이것은 곧 일본의 곤경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이 마지막 단계에서 부라사랴 거칠게 철수할 경우 일본과의 협조 미비로 미·일 관계가 손상될 것이다.
일본은 자신의 방위를 자력에 의존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결심, 미·일 안보조약을 위태롭게 할 우려조차 있다. 동 조약이 파기될 경우 일본과 「오끼나와」에 있는 군사기지는 미국이 사용할 수 없게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개입은 불가능해 진다. 이러한 사태가 생기리라는 예언으로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내재하고있는 곳이 어딘가를 말하고 있을 뿐이지만, 일본은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에 대해 미국보다도 오히려 더 큰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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