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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벌레 떼 이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민학교 교실에 이름 모를 벌레들이 날아와 어린이들이 가려움증에 못 이겨 공부조차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전해졌다.
서울 창신 국민학교의 경우 30여 교실에 지난 5월초부터 깨알 만한 물 것들이 번식하여 대낮부터 학생들이 물려 뜯기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 살충제를 뿌려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데다 9천 여명의 어린이를 수용하고 있는 이 학교에 영달되는 연간 3만여 원의 방역 비로써는 거의 속수무책임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2세 교육을 담당하는 국민학교에 이름조차 모를 독충이 1개월 이상이나 들끓어 학생들이 울상이 되고 학교가 비명을 울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건당국과 문교당국이 아직 그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기막힐 노릇이다. 서울시교위는 뒤늦게 지난 14일에야 국립보건연구원에 벌레의 종류와 예방 살충 법을 문의했다고 하는바 학교 보건 행정이 이렇게 느림보여서야 각종 질병이 만연하기 쉬운 여름철을 어떻게 안심하고 넘기게 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우리 나라에는 이미 학교보건법이 제정돼있어『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게 함으로써 학교교육의 능률화』를 다짐하고 있으나 실지 이의 집행부서인 정부나 교육위가 국민학교의 벌레소동까지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창신 국민학교는 본관건물이 지은 지 50년 이상 되었기 때문에 노후화 한 교실의 나무 틈이나 책상 속에 벌레들이 서식하고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DPV나 단졸 등 살충제에 직접 맞은 놈은 죽으나 계속 새로 나오고 있어 속수무책인 모양인데 이번 기회에 이 학교의 전 건물에 대해 완전 소독하고 벌레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어린이들의 등교를 잠정적으로 중지시키는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비단 이 학교건물뿐만 아니라, 서울의 변두리에는 수많은 벌레들이 우글거려 시민생활을 괴롭히고 있는 것도 또한 중대시해야 할 일이다. 이것은 쓰레기를 쏟아 매립한 변두리일수록 더욱 심한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시는 청소 소독 특별 반을 두어 변두리에 있는 쓰레기 적환 장이나 쓰레기 매립 지의 소독을 했고, 소독 액의 공중 철 포까지 해왔던 것인데 올해는 이것 역시 늑장을 피우고 있는 감이 있어 여름철 보건에 걱정이 태산같다.
뇌염을 일으키는 큘렉스 모기가 작년보다 10여 일이나 일 찌기 발견되었고, 6월에 들어서 부 터는 고온다습한 날이 많아 올해에는 특히 전염병의 창궐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염병의 매개체인 파리·모기·벼룩·쥐벼룩 등 해충을 구제하기 위하여서는 서울시와 시민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이들 해충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BHC·폴리돌 등 극약을 써 왔는데 이들 약이 부작용이 크다고 하여 판매 금지되었고, DDT도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올해 여름 전염병의 예방을 위하여서는 보다 효과적인 구충약 도입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강력한 살충제를 사용하여 구제 소독을 해오다가 갑자기 그보다 성능이 약한 구충제를 사용한다면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할 우려도 없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세계 의학계며 농약학계와 긴밀한 접촉을 가져 인체에 부작용이 없는 강력 살충제를 개발하거나 도입해 주기를 바란다.
서울시 교위당국자는 문제의 창신 국민학교 외에도 상당히 많은 학교에 벌레 소동이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각급 학교를 일제히 점검 소독을 하여야 할 것이요, 서울시는 긴급 대책으로 제 충 소독제를 공중 살포하여 시민 보건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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