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플러스 옵션제' 7월부터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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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플러스 옵션제가 7월부터 폐지된다. 분양가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애초 기대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플러스 옵션제는 아파트 당첨자가 계약을 할 때 분양가에 포함돼 있는 기본 품목 외에 김치냉장고.비데 등을 돈을 더 내고 추가로 선택하는 제도다.

정부는 최근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플러스 옵션제를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4일 밝혔다. 규제개혁기획단 관계자는 "기본 품목과 선택 품목의 구분이 모호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선택 품목의 사양이나 종류도 바뀔 수 있다는 건설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도 플러스 옵션제를 없애는 데 동의했다. 서종대 주택국장은 "플러스 옵션제를 폐지하는 대신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부착형 품목을 건설업체가 강요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벽걸이TV가 이미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빼달라고 하면 빼주도록 보완 조항을 두겠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상반기 중 주택공급 규칙과 업무처리 지침을 손질해 7월부터 현행 플러스 옵션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플러스 옵션제는 건설회사들이 옵션 품목을 한꺼번에 끼워팔아 분양가를 올린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지난해 1월 14일 이후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아파트부터 적용해 왔다. 실제 적용은 지난해 5월 현대산업개발이 수원 영통동에 분양한 아이파크(212가구)가 처음이다.

◆ 분양가 인하 효과 미흡=정부는 플러스 옵션제의 도입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10%(평당 45만~80만원)가량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업체들이 분양가를 종전대로 책정하면서 옵션 품목 비용만 추가했기 때문이다. 옵션 품목 수가 적고 식기세척기.김치냉장고 등 대부분이 원래부터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던 것이란 점도 가격 인하폭이 적은 원인이다.

건교부도 시행 1년여 만에 플러스 옵션제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서 국장은 "분양가가 너무 오르니까 정부가 이를 막으려고 다소 무리하게 플러스 옵션제를 도입했었다"며 "주택업체들이 원가보다는 주변 시세나 분양 가능성을 따져 분양가를 책정하므로 플러스 옵션제를 없애면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 선택권은 살려야=플러스 옵션제는 시행 초기부터 잡음이 많았다. 건설회사들은 시공상의 문제점 등을 들어 옵션 품목을 패키지로 묶어 일괄계약하도록 하는 등 변칙 운용을 일삼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내 시범단지 아파트가 분양될 때는 당첨자들이 집단적으로 건설업체와 화성시에 플러스 옵션품목의 개별 선택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견본주택 건축기준'을 개정해 견본주택에 '가로 25㎝×세로 15㎝'크기의 표지판으로 옵션 품목임을 표시하고 가격을 함께 명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달 화성 동탄신도시 3차 분양 등에서 이 같은 가격표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건설업체들은 이 제도의 폐지를 환영하고 있다. 계약서 작성이나 자금 관리.시공 등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빌트인 가전제품 등은 설계 단계부터 고려해야 하므로 분양 후 일부 가정에만 이를 선택적으로 시공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옵션 품목의 조합이 복잡해지면 공사비가 오르고, 건설회사가 제품을 일괄적으로 대량 생산.공급하면서 얻는 비용 절감 효과도 반감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 등은 자원 낭비를 막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 플러스 옵션제의 긍정적 측면은 계속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상반기 중 소비자단체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허귀식.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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