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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의 병산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시는 3일 「택시」요금의 합리화를 위하여 현재 실시중인 거리제 택시요금에다 시간요금을 가미하는 병산요금제를 실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히 택시업자들의 요구에 좌단하려는 것으로 우선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택시업자들은 시내 1만대 가량의 택시가 도로소통이 좋지 않아 입는 피해가 시간으로 따져 1대에 1백l0분으로 5백76원씩 모두 5백76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현재의 거리제 「택시」요금이 조정되지 않으면 적자운영으로 도산할 우려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당국자는 택시업자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울시가 종로·세종로 통에 벌이고 있는 지하철공사로 길이 막혀 택시의 정지시간이 길어졌고, 또 다른 도로사정도 좋지 않아 택시가 멈춘 채 소비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인 듯 하다.
외국의 경우 택시의 주행거리와 주행시간에 따라 요금을 내게 하는 소위 병산제가 실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는 하다. 이것은 「택시」운전사들을 위해서는 최저한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운수업자에게는 매우 부러운 제도라고 하겠다. 그러나 외국의 도시교통은 우리와는 달리 소통이 잘 되고 있고 또 신호등도 이제는 대부분 전자조종으로 바뀌고있어 택시의 정지시간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지로는 거리제이상의 요금을 무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도로사정이 극히 나쁘고 신호등조차 수동식이거나 연결이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정지시간이 불필요하게 많은 것이 오히려 일반화해 있다. 따라서 택시운송업자들에게는 교통「잼」에 걸리는 경우나 시가행진 등이 있는 경우 시간만 낭비하고 그날 수입을 잡치는 일이 없지 않다는 것도 또한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택시이용자로 볼 때에는 급한 일이 있어 「택시」를 탄 경우에도 빨리 달리는 경우보다 늦게 달리는 경우에 요금을 더 많이 내야한다고 한다면 이중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 또한 틀림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악덕운전사들이 많아 아주 가까운 지름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회하여 돈을 우려내는 경우조차 허다하다고 알려져 있는 터에 또 거기다 병산제까지 실시하는 경우 낮 시간에 손님이 적은 경우에는 일부러 대기하거나 정지하여 손님에게 부당한 피해를 보게 하는 경우가 생겨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할것이다.
또 병산제를 실시하는 경우, 합리적인 요금이 조정되면 택시의 살인적인 추월경쟁은 줄어들지 모르나 이젠 휘발유를 많이 들여가면서까지 변두리로 차를 몰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에도 변두리에는 회차 시에 빈차로 온다고 하여 승차를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인데, 그런 판에 시간제 가산 때문에 시내영업이 보다 수지가 맞는 경우, 변두리 시민은 그나마도 좀체로 「택시」를 이용할 수 없어 더욱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택시요금은 30%이상이나 대폭 인상한지 채1년이 못되어 시간제 가미라는 이유로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더구나 지금은 휘발유가격의 인상 때문에 덩달아 「택시」와 버스요금까지 인상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시민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때이다. 서울시당국은 은연중 「택시」요금의 인상을 허가해 줌으로써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물가상승 요인을 만드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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